6·25 '영통 고지전' 영웅 에르난데스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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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6·25전쟁에 참가해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전쟁 영웅 로돌포 에르난데스(사진)가 21일(현지시간) 세상을 떴다고 미 국방부가 24일 밝혔다. 82세.

 멕시코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에르난데스는 1948년 17세에 입대했다. 6·25전쟁이 터진 50년 한국 전장에 투입됐다. 문산·인제 전투에 참여한 그의 소대는 51년 5월 강원도 영통 420고지로 갔다. 남하하던 중공·북한군 부대와 일진일퇴의 고지전을 벌이던 때였다. 박격포 등 중화기를 동원한 적군의 화력에 동료들은 쓰러지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마침내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됐지만 에르난데스는 끝까지 전선을 사수했다. 소총이 작동하지 않게 되자 총검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그의 항전에 힘입어 동료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 해 고지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바로 옆에서 수류탄이 터져 의식을 잃었다. 상처투성이로 병원에 후송돼 30일 만에 깨어났다. 이듬해 4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에르난데스의 목에 명예훈장을 걸었다. 당시 전투에서 오른팔 장애를 입은 그는 이후 미 국가보훈처에서 일하다 80년 은퇴했다. 2010년 6·25전쟁 60주년 행사 참석차 방한했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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