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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ADB의 「라·민트 보고서」를 비판한다|「마크·셀든」<미 경제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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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대두>
「아이젠하워」시대의 「워싱턴」정책 입안자들은 일본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에 충실히 봉사하고 미국 주도권에 도전하는 구주에 충분히 저항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70년대가 되면서 일본은 동남아에 대한무역과 투자면에서 우위에 서게되고 자주적인 역할을 해나가게 됐다.
69년도 일본의 해외 총 투자액은 미국의 7백7억「달러」에 비해 27억「달러」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경제연구「센터」전망에 의하면 80년에 가서 일본의 해외투자는 대「아시아」투자 55억「달러」를 포함, 2백5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미의존이라는 기본적 전제가 무너져감에 따라 일본경제의 활력은 미·일 동맹 관계에 긴장을 가져왔다. 미국의 힘은 세계적으로 일본을 아직 앞지르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시아」의 경제분야에서는 이미 일방적으로 호령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유무역의 기수인 「민트」교수는 강·약자가 한데 뭉쳐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동남아발전에 기여하고 관계자 모두의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당사자에게-유치산업을 국제기업에 의한 파괴로부터 지키려는 동남아제국, 또한 농업을 강력히 조성하고 있는 미·일등 선진국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견상 공평한 판단은 추상적으로 볼 때 훌륭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강자가 「리카르도」류의 자유무역 원칙을 약자에게 밀어붙이는 한편, 자기들은 자국경제의 특정부문을 보호하기 위해 그 원칙을 위반해온 과거 4세기간의 경험을 망각하고 있다.

<외자도입>
동남아경제에 외국세력을 침입시키는 제3의 요인은 외국투자다. 한나라의 경제적 국익이 무엇이냐를 규정하는 단 하나의 의의있는 방법은 국민소득의 크기와 경제성장율에 영향을 주는 그 나라의 경제적 득실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민트」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이 원칙 위에 서면 외국자본에 대한 문호를- 특히 제1차 산품 및 제품을 포함한 수출부문에 있어서는-넓게 개방하고 있어야하며 보고서도 역시 그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주요한 정책노선이 떠오른다. 동남아제국은 외국의 민간자본을 제1차 산품 생산에 자유로이 참가시켜 천연자원에 대한 충분한 「경제적 이권료」를 부과함으로써 천연자원을 최고도로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제국은 그 대원을 한층 매력있는 것으로 함으로써 외국자본을 끌어 들여야 한다.』
경제적 국익에 관해 이러한 「비전」을 갖고 있으면 경제의 중요한 분야가 외국에 지배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또 지역이나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확대하거나 이윤의 본국송금으로 인해 대규모적인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더우기 국제적 거인과 경쟁상대가 안되는 토착산업이 붕괴하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최근 10년간 가장 주목해야 할 경향인 것이며 70년대의 발전을 지향하는 ADB전략이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익의 행방>
「민트」교수는 동남아제국 정책입안자들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민족주의적·견해를 공격하고 있다. 이 입안자들은 자국의 공업화에 중점을 두고, 자국산업을 외국지배로부터 지키기 위해 관세장벽을 쌓고 투자를 제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민트」교수는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 및 국제분업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ADB보고는 동남아제국이 외국「메이커」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을 국내생산으로 대체함으로써 공업화하려는 계획조차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공업발전을 기도할 부문은 「트랜지스터」 제조 같은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 있어서는 이 보고의 주장이 옳다. 현재까지 국내생산으로 전환했다해도 이렇다할 공업화를 실현하지 못했으며 전반적인 경제발전을 촉진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이 보고가 지적한대로 국내시장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국내소비를 대상으로 한 공업화가 잘 안된 것은 아니다.
물론 소국이 자주적인 공업화를 하는데는 많은 장애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큰 이유는 외국지배를 받지 않는 공업을 육성하는 길이 강대한 다국적 기업에 의해 조직적으로 막혀왔다는 사실이다.
자본이 자유화하면 국제적 거대기업이 언제든지 가장 유망한 성장산업을 압도하고 이것을 매수해간다.
일본이나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잘 훈련되고 싼 노동력을 찾아 진출해옴에 따라 동남아제국은 점차 제조공업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러나 제품 및 이윤은 외국에 유출되고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공업화의 이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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