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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열 높은 국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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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들어 「국악학」이라는 말이 자주 쓰여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이 학문의 대상으로 대두되어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또 일반의 인식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창작음악에서도 국악을 이용함으로써 한국적인 음계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뚜렷하며 서구의 현대음악들도 그 탈출구를 동양음악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악학이란 말이 쓰여지기는 최근부터지만 국악연구가 하나의 학문의 대상이 된 것은 5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훨씬 전인 48년 이혜구·성경린·장사훈 제씨를 중심한 한국국악학회가 설립됐으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그 활동이 활발하지 못했고 59년 서울대 음대에 국악과가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60년대에 들어 여러 가지 논문들이 나옴으로써 비로소 국악은 학문으로서의 체계를 잡기 시작했고 또 이 논문들은 세계악단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국악이 학문으로 출발한지 10여년의 짧은 역사밖에 가지지 않았지만 그 동안 괄목할만한 활동을 보여 다른 어느 학문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체계화되었음을 자부한다고 성경린씨(국악고등학교장)는 말하고 있다.
이혜구 박사(서울대음대학장)가 고전인 『악학궤범』의 주석을 완성시켰고 장사훈 교수(서울대음대)의 『한국악기대관』 『국악개요』, 김기수씨(국립국악원장)의 『국악입문』등 많은 저서와 이재숙 교수(서울대 음대)의 가야금 산조채보, 한만영 교수(서울대음대)의 범패채보, 권오성씨(KBS)의 각도 민요 채집, 그리고 『한국음악논총』등의 많은 논문을 수확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국악의 깊이에 비하면 10여년간의 연구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앞으로 많은 연구과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제 중에서도 제일 급한 것은 사라져가고 있는 민요·범패·무악 등 우리의 음악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분석 정리하는 일이다.
민요는 벽촌에서도 「라디오·앰프」와 대중가요에 밀려 사라지고 있으며 무악도 무당에 대한 사회의 천시와 관에서 무행위를 억제해 더욱 채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2, 3년 후에는 더욱 달라질 줄 알면서도 국악계는 인적·재정적 뒷받침이 모자라 하루빨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사훈 교수는 아악·판소리 등 모두가 차차 변질돼가고 있다면서 최소한 30년대의 원형이라도 빨리 채집해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음대의 국악과를 졸업한 학생 수는 2백여명. 이중 대학원과정까지 마치고 국악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이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국악과 안의 피리·대금·해금·거문고·가야금 이론 등 6개의 전공분야 중에서 최근에는 이론을 택하려는 학생이 많아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악의 연구는 학문의 깊이에 드는 노력만큼 빛을 보기 힘들며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전통을 가진 국익을 학문으로서 연구하려면 한문과 서양음악을 알아야 하고 국악실기를 갖추어야하며, 또 자매학문으로서 국문학 역사학 민속학 사회학까지 광범위하게 연구해야 한다.
국악 중에서도 순 고전으로 들어가면 더욱 어려워 고악보의 해독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며 왕조실록 하나만 독파하려고 해도 1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악보의 해독 없이 문헌만으로는 산 음악사를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만영 교수는 국악학 연구의 방법론으로서 문헌을 통한 비교음악학적 연구 외에 현지음악을 채집 분석하는 종족음악학적 연구가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악연구가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국악은 구음과 독특한 부호를 쓰긴 하지만 모두 서구식의 5선보에 수록되고 있다. 채보자마다 각기 다르게 표시하고 있는 부호들도 아직은 연구가 덜되었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통일시켜야 할 과제이다.
국악 실기자를 기르는 국악고등학교(전 국립국악원부설 국악사양성소) 는 지금까지 3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또 지난해에는 한양대음대에 국악과가 신설돼 국악교육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음악을 발전시키려면 각급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전임교사를 둔 정규 교과목으로 국악을 편입시켜야 한다고 국악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현재는 음악시간에 국악을 30% 가르치게 돼있지만 실제로는 교사들이 국악에 관심이 없고 또 국악을 몰라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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