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의 특징 『모든 것은 길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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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30일부터 4월5일까지 이곳 「베르사유」에서 열렸던 국제여자기성복전시회는 이제 마춤복의 시대는 지나가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대성황을 이루었다. 4년전 처음 시작되었을 때 불과 1백75명의 업자가 참가했던 이 전시회가 이번에는 프랑스의 5백50개업체, 한국·영국·일본 등 미국에서 2백50개업체 등 모두 8백개 업체나 참가, 오는 가을·겨울 어성기성복의 새로운 모드를 경연하며 10여만명의 관람자를 동원할이 만큼 대형화 됐다. 파틴주재한국무역관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여기에 참가, 한국 실크·노퍼가 「디자인」한 의장을 춤품했는데 미국「뉴요크」의 「삭스·퓌프스·아베뉴」의 주문을 받아 우선 1차로 사이즈 별 60벌을 1벌에 50∼60달러썩 모두 3천1백 달러 어치를 팔게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파리=주섭일특파원>
이번 전시에 나타난 모드의 특징은 한마디로『모든 것이 길어지고 있다』고 요약될 수 있다.
「주니어」를 위한 「쿨라운·스타일」밤나들이 옷들은 매혹적인 선과 무늬를 살렸으며 평상복으로는 전통적인 영국「스타일」이 두드러졌으며 여성 본래의 여성적 매력과 낭만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복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브·솅·로랑」은 대단히 긴 「판탈롱」을 내어 놓았으며 「대니얼·에슈문트」는 무릎을 덮는「스커트」를, 「자프」는 다리 중간까지 내려온 주름 치마, 더우기 발목까지 내려 덮는 긴 것을 새롭게 등장시키고 있다.
전. 소장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8대의 컴퓨틴은 대부분 세계 각지서 몰러든 기성복 도매업자들인 관람자들의 관심이 어느 업체의 출품작들에 몰리는가를 측정하고 있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출품업자와 도매는 소매업자들의 이해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판매업자들은 모험하기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유행이란 입는 것 자체이다』라는「슬로건」을 내건 많은 물품업자들과는 달리 『유행은 항상 물결처럼 흐르는 것이다』라는 관념이 뿌리깊이 박힌 판매업자들이기 때문에 우선 정보를 얻고 보자는 식의「냄새맡기 작전이 초반에는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번에도 판매업자들은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5일에 가장 많이 주문하였는데 이들이 주문한 것은 거의 모두가 고전적인 것, 즉 유행에 민감하지 않는 것, 확실한 것, 유행의 흐름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집중된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상인들은 곡예를 가능하면 피하자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실패를 모면하는 첩경이라는 교훈을 남겨 놓았다. 이번에 출품된 한국의 여성기성복이 미국의 업자에게 팔리게 된 것도 이 같은 안전성위주의「무드」를 탔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 이곳에서 인정되기 시작한 한국 실크의 우수성과 「노라· 노」 여사의「디자인」, 다색 무늬로 출품된 여자 기성복 (주로 원피스)들은 옷각 무늬를 살렸을 뿐 「디자인」은 완전히 서구화 된「스타일」이었다는 것 등이 모험을 피하는 외국 상인들에게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즉「파키스탄」「흥콩」인도에서는 그 나라의 전폭적인 고유부를 살린 복장을 출품했다가 실패한 예가 이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 주었다고 하겠다.
한국 기성복의 세계진출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한국여성의 사이즈의 축준화와 외국여성들의 규격에 대한 깊은 연구가 병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모드의 본고장인「파리」에도 이제 기성복의 「붐」은 완전히 일어났다.
이번 전시기간에 모드의 무대는 맞춤복의 오랜 전통, 유행을 세계에 전파시킨「모브르솅트」에서 「모르트르베르사유」로 옮겨 갔다고 떠들 만큼 이곳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유럽 여성의 85%가 기성복을 입고 있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될 만큼 기성복의 세력은 급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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