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북한 가입 1년 연기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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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은 지난 7일부터「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WHO) 총회와 더불어 중공을 업고 그에 대한 가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북한이 세계 보건 기구에 대한 가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유엔」의 전문 기관이기 때문이다.
「유엔」규약에 의하면, 동 전문 기관에 가입되면「유엔」사무총장의 재량에 따라 상주 「업저버」의 지위가 부여될 수 있다. 북한은 아마도 올 가을에 있을「유엔」총회를 앞둔 사전 공세로 우선 세계 보건기구에의 가입을 목표한 것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미국·영국·일본 등 우방 25개국과 더불어 북한 가입 1년 연기 안을 제출했다. 그 귀추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l백37개 회원국의 최종 표결 결과를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회원국은 북한 가입 1년 연기 안의 타당성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북한 외교의 본질과 전략을 간파하여 허위 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남-북 대화를 방해하지 말 것을 바란다. 북한 외교의 목적은 과거나 현재나 한마디로 한반도에서의 공산 혁명 수행을 위한 객관적 정세의 조성에 있음은 새삼 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은 이를 위한 조건을 형성하는데 있다.
이러한 시도는 6차에 걸친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적십자 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방역 대책을 비롯해서 인류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세계보건기구에 그들이 가입하려는 것은 결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과 대등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며 나가서는 남-북의 현 세력 관을 깨뜨림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혁명의 여건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상투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한의 군축을 비롯해서「유엔」군의 철수, 또는 「유엔」과 한국과의 이간 획책도 동일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남-북 대화가 한국과 제 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힘의 균형에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한반도에서의 현상을 전 변시킨다는 것은 모처럼 형성된 남북 대화를 저해 할 것이 틀림없다.
세계보건기구는 동 기구와 한국과의 관계에 변함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다. 이 한·미·영 25개국의 북한 가입 연기 안을 지지해야 할 소이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은 동 기구가「유엔」산하 전문 기관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유엔」이 거듭 확인해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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