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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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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앞으로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새로 지정될 모양이다. 이상할 것은 없다.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있으니 관광 식당이 있을 만도 한 일이다. 관광 식당을 위해 새로 규제된 것을 보면「홀」의 크기가 얼마 이상이라야 되고,「테이블」수가 몇 십 개 이상이라야 되고, 방수가 몇 이상이라야 되게 되어 있다.
관광객을 위하는 식당이라면 그 규모가 커야 할게 당연한 일이다. 도시「관광 여행」이라는 말부터가 큰 규모를 뜻한다.
「여행」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여행」은 여행, 곧 함께 가는 것을 뜻한다.
따지고 보면「여」라는 말도 기를 꽂고 사람이 둘 서 있는 모습에서 나온 회의 문자이다.
나중에는 5백명의 군대를 뜻하게도 되었다. 또한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뜻도 생겨났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시골 영감, 잡화상 주인들이 값싼 맛에 주렁주렁 관광「버스」를 타고 여기 저기 몰려다닌다고 조금도 이맛살을 찌푸릴 것이 못된다.
이들이 무더기로 앉아서 먹을 수 있으려면 관광 식당이란 것도 크지 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크기만 하다고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관광」이란 말은「역경」에 있는『관국 지광…』이란 귀 절에서 나왔다지만 따지고 보면 그저 즐긴다는 뜻 이외에는 없다.
음식을 먹을 때의 재미란 식당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레스토랑」(Restaurant)이란 불어는 회복한다, 기운이 난다는 뜻이다. 18세기 후반에 이 말이 식당을 가리키게 된 것은 「파리」를 찾는 외국인에게 맛있는「프랑스」요리의 진국을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에서였다.
가령 19세기 후반에「파리」에서 제일 간다는 식당「카페·앙글레」같은 뜻은 식당 뒤쪽에 침대까지 달린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맛있게 잘 먹은 다음에 푹 쉬라는 배려(?)에서였다.
관광 식당을 위해 새로 규정된 것을 보면 크기에 대한 말은 있어도 무엇을 어떻게「서브」하라는 말은 전혀 없다.
관광객의 물결에 밀려 내국인이 어엿한 식당에서 편히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참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왕에 관광객을 위한 식당들이라면 좀 더 자상한 솜씨를 보여 주어야 마땅한 일이다.
「역경」의 맡을 그대로 풀이한다면「관광」이란 외국의 산수·풍물을 시찰 또는 유람한다는데 뜻이 있다. 기왕에 관광 식당을 마련할 바에야「국적」이 있는 식당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가령 우리네에게 독특한 게 불고기다. 그 불고기 집이 동경에 있는 불고기 집보다 시설이며, 맛이 못하다면 그보다 더 딱한 일은 없을 것이다. 또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곰탕·설렁탕 집도 있어 볼만한 일이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혹은 관광객 덕분에 깨끗한 설렁탕 진국 맛을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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