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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서 영화 보고 쇼핑 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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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2 월드컵의 감동을 간직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대형 할인점.복합상영관.휴식광장 등 쇼핑과 놀이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 '월드컵몰'로 재단장해 오는 5월 개장한다.

주변의 월드컵공원과 더불어 서울 서북권에 부족했던 가족 휴식공간과 쇼핑.문화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개장하는 월드컵몰이 지나치게 수익시설 위주로 짜여 있어 세금으로 건설된 월드컵경기장이 공익성을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강북의 '코엑스몰'=월드컵 기간 조직위원회 사무실.경호실.브리핑룸.의무실 등으로 사용하던 월드컵경기장 안 1~2층 공간에 상업시설이 입주해 강북 최대 규모의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신한다.

대형할인점 '까르푸'가 경기장 동쪽과 남쪽 1~2층에 8천여평 규모로 들어서며, 북쪽 1~2층에는 복합상영관 'CGV'의 영화상영관 10개관과 게임룸이 문을 연다.

서쪽 2층 7백여평에는 예식홀.피로연장.폐백실 등을 갖춘 '월드컵 컨벤션 웨딩홀'이, 남쪽 1층에는 25m 6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유아용 안전풀.헬스장 등 스포츠센터가 개장한다.

이 밖에 찜질방.사우나.DVD방 등이 남쪽 1층에, 롯데리아.피자헛.스타벅스 등 외식업체가 서북쪽 2층에 들어선다. 이들 시설은 지난해 7월 입찰을 거쳐 최종 선정됐으며 현재 사업장별로 공사 중이다.

월드컵경기장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측은 월드컵몰 임대료 1백15억원, 축구경기 등 각종 행사 유치 41억원 등 매년 1백56억원의 수입을 올려 지출 72억원을 제외하더라도 84억원 가량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경기장 북쪽은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문화 및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주변에 조성되는 '만남의 광장'은 경기장 북쪽 월드컵몰 출입구로 이어진다. 월드컵몰 출입구 앞에는 콘서트 등 대중공연이 가능한 '축제의 광장'과 댄스경연대회를 열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젊음의 광장', 가족이 함께 즐기는 야외체조교실 등을 열 수 있도록 '휴식의 광장'도 만들어진다.

또 경기장 바깥쪽 3층의 야외 테라스(각 5백75평) 네곳 가운데 북쪽에는 젊은층을 위한 호프광장이, 월드컵공원이 내려다보이는 남쪽에는 야외카페가 조성돼 가족.연인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기장에서는 순수 예술공연이 잇따라 열릴 계획이다. 경기장 동쪽 스탠드에는 최고 6m까지 올릴 수 있는 1백여평의 무대가 설치돼 있어 공연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4월 1일에는 주빈 메타가 지휘하고 사라 장이 협연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빈필하모닉 내한 연주회'가 열리며, 5월 8~11일에는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고 출연 인원이 1천명이 넘어 화제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월드컵 관련 시설은 없어=그러나 월드컵경기장 안에 월드컵기념관 등 월드컵을 되새겨볼 만한 기념시설은 거의 없어 서울시가 지나치게 수익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루 평균 1천~2천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월드컵경기장을 찾고 있으나 시에서 책정한 입장료(13세 이상 2백원)를 내고 경기장을 둘러보거나 시민들이 출품한 월드컵 관련 사진들을 보는 게 전부다.

공단측은 당초 주민들을 위해 골프연습장.스쿼시장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스포츠센터를 성인용과 유아용 수영장 한 개씩과 30명이 운동할 수 있는 헬스실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경기장을 유지.관리하는데 시민들의 세금이 계속 들어가야 하므로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우선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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