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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려내는 닭육수, 면보다 많은 고명 … 맛도 진국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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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음식점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신규 창업이 가장 활발하지만 그만큼 퇴출도 많은 업종이다. 식당 10곳 중 9곳이 망한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사발(SABAL)’의 김기현·윤철호 공동대표는 “창업할 지역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외로 창업의 기본 중의 기본인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창업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발을 오픈하기 전 같은 지역에서 소규모 자본으로 도시락 배달점을 운영하면서 지역 특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3년간의 오랜 관찰을 바탕으로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여행사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젊은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정했다.

 타깃을 정한 뒤 철저히 여성에게 집중했다. 최근 젊은 여성들은 음식을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나타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블로그 등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이유다. 사발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소품들, 김기현 대표가 각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독특한 모양의 그릇에 담아 내는 국수는 사진 찍기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짐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 코트를 보관해주고 가방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의자 밑에 설치해 여성들이 편안하게 매장을 방문할 수 있게 했다. 여성 고객 확보를 위해 꽃미남 전단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식이라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직접 손으로 늘려 일반 소면보다 5~6배 비싼 수연소면, 매일 아침 2시간 이상 닭고기로 우려내는 육수, 면보다도 양이 많은 오방색의 고명이 사발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사발 김기현·윤철호 공동대표의 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체인을 전개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것은 사발 타깃 고객의 지출을 늘리는 전략이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고객을 타깃으로 덮밥집, 한식 퓨전 레스토랑을 오픈하였다. 한 달 내내 국수를 먹기는 힘들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범위의 경제’를 추구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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