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브라질 채권, 오피스텔 … 재테크 ‘미운 오리들’ 새해도 뒤뚱거릴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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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호 20면

금·브라질 채권 내년에도 회복 어려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tapering) 일정이 발표된 19일 하루 동안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31.1035g)당 전날보다 41달러 넘게 내린 1195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저치다. 20일엔 소폭 오른 온스당 1205.1달러에 마감했다. 올 1월 트로이온스당 1692.80달러(1월22일 기준)까지 올라섰던 걸 감안하면 그 사이 30% 가까이 값이 빠진 것이다.

테이퍼링 시대 투자전략 어떻게 짜야 하나

국내 금값도 사정은 비슷하다. 2월 초 그램(g)당 5만848원이었던 금값은 19일 4만794원까지 밀렸다. 금 한 돈(3.75g) 평균 가격 역시 15만2979원으로 떨어졌다. 금값이 내려간 대신 거래는 늘었다. 이른바 ‘돌반지’ 수요 덕분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성호(44)씨는 “한 돈 돌반지가 하루 15개 정도 팔린다”며 “금값이 높을 땐 하루 서너 개도 팔리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산가들의 골드바 구입 문의도 종종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private banking)센터 팀장은 “1㎏짜리 골드바 하나당 가격이 50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거래는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금 관련 펀드들의 투자 수익률도 바닥을 면치 못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 투자 펀드인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H)(C-e)’은 올 들어 19일 현재까지 -45.09%의 손해를 봤다. 같은 기간 다른 금 펀드들도 -24~-45%의 손실을 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금값이 출렁이면서 올해 금 관련 펀드들이 32년 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요 14개 금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의 금 보유량은 올 들어서만 31% 떨어진 1813.7t으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기준으로 ETP의 금 보유량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전문가는 올해 하락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내년에 반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비과세 혜택을 등에 업었던 브라질 채권도 올해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2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브라질 국채(10년물 기준)의 연초 대비 현재 수익률은 -18% 선이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브라질 채권으로 큰 재미를 보긴 힘들 전망”이라며 “극적으로 좋아진다 해도, 올해 손해를 본 투자자가 많아 섣불리 권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오피스텔 초과 공급 벗어나기 힘들어
2014년 오피스텔 공급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최근 “공급량이 늘면서 2013년 오피스텔 매매가 변동률은 -0.3%, 월세가 변동률은 -0.2%의 하락세를 각각 기록했다”고 전했다. 내년에 예정된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총 4만1312실로 올해(3만2898실)보다 8400여 실 더 많은 상황. 매매가와 월세가의 하락세가 가속화할 거란 얘기다.

임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남 3구와 마포·영등포 일대 등 소위 ‘인기 지역’ 오피스텔까지 잇따라 월세 가격을 내리고 있다. 월세가는 내려가는 반면 오피스텔 전세가는 오히려 올 들어 3.83% 올랐다. 전세를 싸게 주느니, 공실을 감수하겠다는 자산가들의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부동산 업계는 본다.

투자자 개인이 고민해야 할 점은 거래가가 비싼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반드시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올해 초 조사한 결과 서울시내 오피스텔 중 가장 임대 수익률이 높은 지역은 금천구(연 6.1%)였다. 서울지역 전체 평균 수익률은 연 5.65%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의 공급 탄력성이 큰 만큼 수익률 등락폭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내년에도 전망이 밝다고 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역시 내년에도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은 힘들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부동산써브가 최근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상·주상복합 포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이들 아파트의 평당(3.3㎡) 매매가는 평균 1333만원이었다. 2006년(1605만원)보다 272만원 내려갔다. 세종시 이전의 여파가 미쳤던 과천시의 낙폭이 특히 컸다. 과천시는 2006년(평당 3082만원)보다 1059만원 낮은 평당 2023만원으로 떨어졌다. 성남시가 1574만원으로 599만원이 하락했고, 고양시는 1016만원(2006년 기준 375만원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지역 중대형 아파트만 보면 3.3㎡당 평균 매매가는 1931만원으로 2006년(2174만원)보다 243만원 내려갔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뉴타운지역인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를 제외하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가 대체로 2006년보다 낮아졌다”며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극적인 가격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방망이 짧게 잡고, 중위험 투자 유리
국내 주식시장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1997.05(12월 28일 기준)였던 주가지수는 현재 1980선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대형 성장주 펀드 중심의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개별 주식투자가 부담된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안전한 투자처는 선진국 주식이다. 2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미국유럽 시장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2014년에도 미국은 본격적인 경기 확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올해 7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성윤 러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2014년에는 이머징 시장에 비해 안정성이 있고, 성과 면에서 긍정적 전망이 기대되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투자를 늘려볼 만하다”며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와 미국·유럽펀드, 미국·유럽 인덱스 ELS(주가연계증권)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취할 만한 전략이다. 증권업계에선 중(中)위험·중(中)수익 상품으로 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줄이면서 연 5~8%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롱숏펀드와 자문형 ELS랩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유한다.

김상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자문형 랩과 ELS 투자의 장점을 고루 갖춘 자문형 ELS랩의 경우 올 1월에 출시된 이후 연 평균 실현 수익률이 8%가 넘고, 6개월 만에 조기상환된 비율이 93%일 정도로 이상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대박은 아니여도 중박 이상의 기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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