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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 식은 대구 적십자회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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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시 달성군의 주부 박주영(39)씨는 매년 3~4회 집으로 날아오는 적십자 회비 납부용지를 매번 찢어서 버리곤 한다. 12월에 첫 납부용지를 받고도 내지 않을 경우 이듬해 3월까지 계속 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10년간 은행을 찾아 매년 회비 1만원씩을 꼬박꼬박 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북한에 지원되는 쌀 포대에 적십자 마크가 찍힌 것을 본 이후부터다. 일부 적십자사 직원의 횡령 등 비리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박씨는 “대포를 쏘고 우리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북한을 위해 내가 왜 돈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시민이 많아서일까.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가 회비를 제대로 걷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해야 할 사업은 많은데 모금 실적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서다.

대구적십자사에 따르면 2011년 모금 목표는 23억원이었지만 실제 모금액은 21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목표를 21억원으로 낮췄고 1억원 많은 22억원을 모았다. 올해도 21억원으로 잡았지만 납부기간인 내년 1월 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구적십자사는 매년 12월부터 1월까지 회비를 모금한다.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2~3월에 추가로 징수한다. 대상자는 재산세를 납부하는 가구주와 기업체·비영리법인 등의 대표를 합쳐 77만 명이다. 하지만 수년째 18만 명 정도만 회비를 내고 있다. 재산세 액수에 따라 개인은 8000~1만원, 법인은 5만~100만원이다.

 이는 해마다 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목표는 2009년 29억1000만원에서 올해 43억1800만원으로 올랐다. 실제 모금액도 29억4200만원에서 58억6400만원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적십자회비 납부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적십자사는 보수적 성향을 가진 시민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이라고 말한다. 적십자사가 회비로 쌀을 사서 북한에 퍼준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의 횡령 등 비리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적십자사 김월수 홍보담당 대리는 “회비는 전액 어려운 이웃 등을 위해 사용하고 회비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적십자사는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안내 글을 올리고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대북지원 사업은 회비로 하는 게 아니라 100% 정부의 돈으로 한다는 것이다.

 적십자 회비 납부를 원하는 시민은 지로용지가 없을 경우 대구적십자사(www.redcross.or.kr, 053-573-2452)에 연락하면 납부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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