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광고스타, 이청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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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축구 경기를 제안한다. 경기에 지면 지구는 종말을 맞게 된다. 이 메시지를 받은 독일 축구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68) 감독은 지구상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13명을 호출한다. 리오넬 메시(26·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루투갈), 웨인 루니(28·잉글랜드) 등 각국 에이스들이 지구방위대에 합류한다. 한국에서는 이청용(25·볼턴·사진)이 부름을 받았다. 이청용은 독일 뮌헨의 들판에서 마리오 괴체(21·독일)와 클레이 사격을 하듯 축구공으로 표적을 맞히는 게임을 즐기다가 요원에게 차출된다. SF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가상 스토리는 삼성전자의 축구 마케팅 캠페인 ‘갤럭시11’ 광고다.

 ‘블루 드래건’ 이청용이 ‘광고계 블루칩’으로 뜨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주장을 맡아 결승골을 넣은 이청용은 ‘박지성(32·에인트호번)의 후계자’로 각광받고 있다. 2011년 7월 살인태클을 당해 10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던 이청용은 부상을 극복하고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그는 오언 코일(47) 전 볼턴 감독으로부터 “1000만 파운드(약 186억원)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극찬을 받았다.

 광고계는 브라질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축구 마케팅 경쟁이 한창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박지성처럼 이청용을 블루칩으로 점찍었다. 부상 전 노트북과 정장 광고를 찍었던 이청용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고호진 씨는 “이청용은 최고의 축구 실력을 갖춘 데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라 아시아 대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광고료는 6개월 단발에 3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싸이가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인기를 얻은 뒤 받은 광고료는 1년에 4억~5억원이었다.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괴체와 함께 촬영한 이청용은 촬영장에서도 프로다웠다. 고 씨는 “사진 촬영은 단 10분 만에 OK 컷을 받았다. 이청용과 괴체는 각각 전용 대기 차량이 있었지만 휴식시간에 한 차량에서 담소를 나누고, 서로 외투를 챙겨주는 등 오래된 친구처럼 어울렸다”고 전했다. 괴체는 “이청용은 모든 경기에 성실하게 임하는 기복 없는 선수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촬영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성실함이 몸에 밴 사람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2006년부터 이청용과 후원계약을 맺고 있는 나이키도 각 매장에 이청용의 대형 패션화보를 내걸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나이키 직원은 “이청용이 입은 49만9000원짜리 점퍼는 일찌감치 품절됐다”고 전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요즘 축구계 대세남은 이청용과 손흥민(21·레버쿠젠)이다. 이청용은 손흥민처럼 ‘핫(hot)’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이다.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대표팀의 에이스이고, 부상을 이겨낸 스토리도 지녔다. 인성도 훌륭해 내가 만약 광고주라면 이청용을 쓰겠다”고 말했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광고주는 모델을 쓸 때 실력뿐만 아니라 (스캔들 등) 리스크도 고려한다. 이청용은 축구 외적으로도 반듯한 박지성과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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