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한항공, 에쓰오일 지분·항공기 팔아 3조5000억 마련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주식·부동산·항공기를 매각해 3조5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00%인 부채비율을 400%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재무 상태를 튼튼히 하고 ‘형제기업’인 한진해운 지원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또 내년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4000억원 한도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최은영(51) 현 회장에서 대한항공, 즉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개 경영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보유 중인 에쓰오일 주식 3000만 주를 처분해 2조2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너지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의 28.4%(보통주 3198만 주)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3000만 주 일괄 매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유 중인 항공기 13대도 매각해 25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 항공기는 보잉 747-400과 보잉 777-200 등 기령(機齡)이 높고 연료 소모가 높은 구형 항공기들이다. 이와 함께 율도 비축유 기지와 교육원 등 부동산을 매각해 1조4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 자산의 총 가액은 3조5000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먼저 그룹 자체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화물 수요의 감소,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 고가의 신형 항공기 구매 등으로 인해 재무 구조가 나빠진 상태다. 2010년 1조23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11년 3500억원, 2012년 250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230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2010년 4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이 800%까지 높아졌다.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게 이번 자구계획의 첫 번째 목표다.

 한진해운을 지원할 ‘실탄’ 마련 목적도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말 1500억원을 한진해운에 긴급 대출해줬지만 추가 지원 여력은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한진해운에 추가로 1000억원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채권단이 만기 3년 이상 3000억원의 지원을 한진해운에 해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채권단도 대한항공의 추가 지원을 한진해운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3000억원의 지원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또 내년에 이뤄질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4000억원 한도로 참여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추가 지원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한항공 지분율이 높아져 대주주가 교체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대한항공의 1500억원 지원 이후 한진해운 사장이 최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김영민 전 사장에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전 ㈜한진 대표로 교체된 상황이다.

윤주식 한진해운홀딩스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최 회장의 퇴진이나 한진해운의 대한항공 자회사화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재무본부장)도 “한진해운의 향후 경영권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지만 그동안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해왔다.

 한편 한진해운도 이날 대한항공의 지원액을 포함해 총 2조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해운은 주요 사업부문인 전용선 사업부문 유동화, 해외 사옥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1조5305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이와 별도로 채권단에서 지원받을 3000억원을 포함해 금융권에서 4440억원을 차입하고 벌크선 적자사업 철수, 노후 선박 매각 등을 통해 3729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