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극동 방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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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9일 일본의 조일 신문「워싱턴」발신 보도는 월남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는 3월29일 이후 미국은 인지 반도에 대한 지상개입을 단절함과 동시에 극동 전역에서도 『단계적이고 성급치 않은』군사력의 수축 운동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25만 미군병력은 한·일·비·태 4개국에 집중 배치하여 강력한「후방 타격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극동 방위선에 있어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특히 중요시 될 것이라고도 관측하고 있다.
월남 휴전 성립 후「아시아」지역에 있어서의 미군 병력의 재편성·재배치는 불가피한 요청이었었는데 상기 보도는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골격을 밝힌 점에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월남에 대한 군사개입이 끝난 후에도 계속「아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기로 작정한 것은 군사력의 전면적 후퇴가 「아시아」의 정세를 격동케 할 우려가 있는데다가 중공이 성급하게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대소 전략상 오히려 그 주둔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닉슨」정권이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힘의 뒷받침 없이 긴장 완화는 불가능한 것』이며, 4강간에 세력균형이 이루어져 동「아시아」의 정세가 전면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미군의「아시아」주둔은 동맹국의 안전을 의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을 이루는 것이다.
한편「리처드슨」미 국방장관도 상원 군사위에서 행한 증언에서 미국의 원조와 미군 주둔이 남북한 접촉에 있어『한국의 자신감과 힘의 우위에서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바지했다』고 지적, 주한 미군의 철수는 내74회계 연도 중에도 계획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새로운 극동 방위전략이며, 전기한 「리처드슨」증언 등은 주한 미군의 철수를 원치 않는 한국의 입장을 강화해 준다. 「리처드슨」증언은 북한이 단독으로도 초기공세를 취할 능력을 가졌다고 경고하면서도, 북한이 남한에 대해 대규모의 작전을 벌이기 위해서는 소련·중공으로부터 물자 및 인력의 지원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증언이 대체로 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우리는 미국이 그 병력을 계속 한국에 주둔시켜 북한의 침공의도를 억제해 줌과 동시에 미·소 간, 미·중공간 평화 공존의 대의 명분에 비추어 소련과 중공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규모의 침공 능력을 갖춘 군사력을 갖지 못하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 주기를 요망한다.
극동방위에 있어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시하여 일본 안에 항공 모함의 모항을 설치하고, 미 극동군의 유일한 기동 부대로 예상되는 재3 해병 사단을「오끼나와」에 주둔시키겠다고 하는 미국의 방침은 일본의 세론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지금 일본의 세론 가운데는 일·중공의 국교가 이미 정상화되었고「아시아」의 정세에 해빙「무드」가 감돌고 있으니 미·일 관계를 냉각시켜도 된다느니 미·일 안보체제를 공동화해도 무방할 것이라느니 등 하는 주장이 상당히 유력하다. 미·일간 경제적 대립의 심화와 조만 간에 일본도 군사대국이 되어야한다는 주장의 대두는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입장을 점차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이요,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일본을 여전히 극동방위의 주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때 가서 미국이 극동 전략에 있어 동요를 일으키기보다는「아시아」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고 있는 이 마당에서 일본 중 시론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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