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의 방향|최규남 박사(전 문교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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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한 민족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조의 정신과 능력, 그리고 창조적 업적을 쌓아 가야한다. 한 민족은 빈번한 외세의 침략에도 이런 능력이 있었기에 오랜 역사를 지켜온 셈이다. 한글, 충무공의 전적, 고려의 금속활자, 고려자기, 신라의 첨성대와 에밀레종 등에서 한국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과학적 업적을 본다.
그러나 과학적 창조력이 이같이 뛰어난 민족임에도 오늘날 우리의 과학은 왜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느냐에 반성의 필요를 느낀다. 이것은 과학의 실험 실습이 학교의 교실에서 가르치는데 그치고 교육과 사회, 과학과 생활이 별개의 것으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불편한 과학정신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그러한 사회풍조를 조성하는 일은 후진성을 탈피하는 지름길이다.
비과학적 근대화는 모래 위의 성과 같다. 과학의 공정성과 냉혹성을 깨닫는데서 한국의 근대화는 출발해야 한다. 과학의 힘은 인간의 활동력을 의미한다.
과학 기술의 참다운 진흥책은 창의력과 응용력의 원천이 되는 기초과학을 배양하는데 있다. 산업발전에 필요하다고 해서 졸속한 실용효과만을 노리는 미봉적이고도 기술 만능주의적인 근시적 기술교육은 삼가야한다.
국민생활의 과학화 운동도 일반 대중이 과학을 이해하고 따라서 생활의 과학화가 이루어지는 과학교육의 진흥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학교육은 ①기성 학술체계에 구애되지 말고 학생의 이지적 능력을 신장시키는데 필요한 신 체계를 수립하고 ②교재는 생활·산업 및 국방상 중요한 사항, 과학적 식견을 넓히는데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하며 ③구체적 작업을 학습의 기초로 하여 창조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④직관을 중시하면서 상상·분석 및 종합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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