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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도 '밥그릇 지키기' 나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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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쌀도 기능성 시대를 맞았다.

병에 강하고,수확을 많이 내는 품종을 개발하던 것에서 벗어나 다이어트 쌀,도시락용으로 알맞은 쌀,술 담그기 좋은 쌀 등 특수한 쌀들이 잇따라 개발돼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은 최근 '고아미 2호'라는 품종을 만들어 냈다. 소화가 잘 안되는 '식이섬유'가 보통쌀보다 2~3배 많이 들어 있다.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뿐 아니라 변비 치료 효능도 있다는 게 시험장 측의 설명이다.

역시 작물시험장이 최근 개발한 '만미'는 김밥이나 도시락처럼 밥을 짓고 나서 한참 지나 먹기에 좋은 쌀이다. 오래 둬도 잘 굳지 않고 부드러운 상태로 그냥 있기 때문. 쌀 속에 든 '아밀로즈'라는 성분의 양을 적절히 조절한 것이 비결이다.

검은 색을 띤 '흑진주'처럼 색깔 있는 품종도 있다. 흑진주는 먹포도 껍질에 있는 '안토시아닌'이란 색소를 포함한 것. 그래서 이 쌀로 술을 담그면 붉은 포도주 빛이 난다.

실제 오대서주양조라는 회사에서 쌀 품종 이름과 같은 '흑진주'라는 술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 밖에 분해와 발표가 잘 돼 술 담그기 좋은 설갱벼, 숭늉용으로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향미, 국수로 만들면 잘 붇지 않는 '고아미'등이 2000년 이후 잇따라 나왔다.

이 같은 기능성 쌀 품종들은 모두 작물시험장의 작품. 화학물질이나 X선 등을 사용해 돌연변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새 품종을 만든다. 지난해 벼의 유전자 지도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유전자 하나하나를 조절해 원하는 품종을 개발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현재는 키가 크는 데 관련된 물질을 많이 함유한 쌀을 개발 중이다. 또 콩팥이 나쁜 사람들을 위해 단백질을 적게 지닌 쌀도 만들려 하고 있다.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콩팥에 부담을 줘 기능이 더 나빠진다.

작물시험장 황흥구 벼유전육종과장은 "종전의 다수확 품종이 생산자인 농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기능성 쌀은 소비자의 관심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품종이 값도 높게 받을 수 있고 소비도 늘린다는 설명이다. 쌀은 남아 돌면서도 소비는 점점 줄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기능성 쌀로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황과장은 "기능성 쌀은 최근에야 나오기 시작해 일부 품종만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쌀 생산지가 아니라 '품종'을 보고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작물시험장에서 만들어낸 색깔 있는 쌀과 그 쌀로 빚은 술. 쌀의 먹포도 껍질에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있어 노화 방지 등의 효능이 있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검은 색을 띤다.[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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