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평화길목에 암운|「론·놀」대통령관저 폭격사건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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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라오스」에 이어멀지않아 휴전협정을 조인할것으로 보이던 「크메르」가 우발적인 사건때문에 뜻밖의 게걸음을 치고 있다.
「시아누크」공의 사위인 현역공군대위가 「론·놀」대통령의 관저에 폭탄을 투하, 화해에의 길목을 가로막은 것이다.

<단독휴전선포까지>
「론·놀」은 사건직후 특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헌법의 일부를 중지시켰으며 「크메르」 안의 전민간신문을 폐쇄했다. 말하자면 인지3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았던 「평화의 미아」 는 새삼스레 뒷걸음질을 치게 된셈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보면 이와같은 정국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었던 「코스」라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북경에서 망명정권을 수립하고있는「시아누크」공이 진작부터 협상이나 휴전에 의한 분단등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후견에 의지한 분단의 고정화를 거부한 이상 전면적인 군사대결은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론·놀」은 월남휴전협정이 조인된 다음날인 1월29일 일방적으로 단독휴전을 선포해서 「시아누크」의 응수를 떠본것이있다.

<시아누크 승리자신>
월남휴전협정이 「라오스」와 「크메르」후전도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시아누크」가 미국과 월맹등의 의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떠보는 것이기도했다.
그러나 「시아누크」는『미·월맹사이의 조약이 독립국가인 「캄보디아」의사를 구속할 수는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시아누크」가 이처럼 고자세를 취한 것은 군사적승리에 자신이 있기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캄보디아」민족통일전선의 군사조직체인 「크메르·루지」는 이미 전국토의 3분의2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형편이므로 「시아누크」가 승리를 확신하는것도 반드시 무리만은 아니라는게 이들의 견해이다.
「론·놀」은 이와같은 약점을 보강하기위해 「크메르·루지」와 「시아누크」를 이간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크메르·루지 큰 세력>
예컨대 국회의원의 재선거를 통해 「크메르·루지」계의 의회진출을 약속하기도했고 자신을 정점으로한 우파민족통일전선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의 본질이 미국의 군사원조와 극우적인 군부에 의해 결정되어있었으므로 「크메루·루지」를 회유할만한 미끼는 만들어내지 못했던것이다.
게다가 월남과 「라오스」에서 휴전이 성립된 다음부터 「크메르」는 오히려 경제·사회적불안이 더욱 심해졌다.
걷잡을수없는 「인플레」에대해 「론·놀」정부는 명목상의 물가인하를 되풀이했을뿐이며 이런 아귀다툼속에서 부패관료자본가들은 제뱃속 채우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데모규제등 탄압안>
수도「프놈펜」은 이와같은 정부처사에 항의하는 학생·노동자들의「데모」때문에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었다.
「론·놀」정부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러한 부조리를 수습하는 대신 지난14일 「데모」규제안을 공포함으로써 물리적탄압을 강화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관계전문가들은 이번사건에 대한 「론·놀」의 초강경반응이 정권의 기초가 얼마나 빈약했었나를 보여주는 반증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론·놀」의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아누크」와의 협상모색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지금까지 숨겨왔던 극우적인 정권척성을 여지없이 드러낼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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