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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 실질 급여 얼마나 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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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18일 판결했다. 김장보너스, 교통비, 개인연금지원금, 식대와 같은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시혜성 복리후생비라는 이유에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던 퇴직금, 연·월차수당, 연장·휴일근무수당, 야간근로수당이 인상돼 전체 임금도 덩달아 확 오를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갑을오토텍 생산직 근로자 295명과 퇴직자 한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만 “3년치 소급분을 모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해 소급하면 안 된다”고 했다. 법에 따라 소급분을 지급해야 하지만 기업의 경영사정을 감안해 노사가 합의해 소급분을 청구하지 말도록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대법원의 이런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현재도 180여 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근로자 임금은 별도의 임금인상 없이도 현재보다 20~30%가량 오를 전망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올해 6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현장직 A씨(3년차)는 올해 4264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내년에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수당과 연차수당을 포함해 611만6000원 오른 4875만6000원을 받게 된다. 쌓이는 퇴직금도 128만7000원 늘어난다.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인 B씨(3년차)의 연봉은 A씨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다. 그의 올해 연봉은 6287만5000원. 이게 7907만5000원으로 불어난다. 퇴직 적립금도 339만6000원 늘어 총 1959만7000원 더 받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에 이처럼 큰 격차가 나는 것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적은 데다 상여금 비율도 낮아서다. A씨는 기본급 대비 상여금 비율이 480%이지만 B씨는 1050%에 달한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확대가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더 벌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부담도 만만찮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년치 소급분을 주지 말라”는 지침을 각 기업에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받아낼 것”이라 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최소 38조5500억원(3년치 포함, 경총 추산)의 우발부채를 떠안게 된다. 여기에다 매년 8조8663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4조8846억원의 퇴직금도 더 줘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이 올해 낸 순이익이 분기당 평균 12조79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한 해 농사지은 것을 고스란히 인건비로 지출해야 할 판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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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연봉 4264만 → 4875만원
대기업 직원은 6287만 → 7907만원
휴일근무 등 각종 수당 올라 … 퇴직금 합치면 20~3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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