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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최하등급도 받으면 일부는 통상임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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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가 18일 대법원에서 제시됨에 따라 1774만 명의 근로자 ‘월급명세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근로자별 임금 구성이 어떠냐에 따라 통상임금 규모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자동차부품 업체인 갑을오토텍 근로자(295명)와 퇴직자(1명)가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 2건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각종 복리후생 수당은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초과근로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그동안은 기본급·직무수당·위험수당 등이 통상임금 산정 기준으로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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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상여금을 기본급화해 지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자 근로자들은 “수당을 덜 주기 위한 꼼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얻어 냈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통상임금은 노사 간 핫이슈가 됐다. 이와 관련된 소송만 180여 건이나 법원에 제기될 정도로 소송 열풍이 불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통상임금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기존 판단 기준을 유지하면서 항목별 세부 판단을 내놨다. 정기적 지급을 뜻하는 정기성과 관련, 지급하는 주기가 1개월이 아니라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주든, 6개월에 한 번 주든 정해진 주기가 있으면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일률성에 대해서는 모든 근로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임금이 아니라도 근무연수와 같은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범위를 넓혔다. 고정성과 관련해서는 지급액이 확정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예컨대 ‘김장철에 김장보너스를 지급하며 지급금액은 노사가 협의한다’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초과근로(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 제공시점에 김장보너스 지급액수를 알 수 없으므로 고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기 상여금은 ‘기간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면서 성과에 연동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실적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성과형 상여금은 제외된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기준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야지 명칭이나 지급 주기 등 형식적 요소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임금 청구소송의 피고인 갑을오토텍은 2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2개월마다 일률적으로 상여금을 줬다. 따라서 이는 통상임금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퇴직금 청구소송의 원고인 김모(48·퇴직 당시 20년차 직원)씨도 연간 222만여원의 수당과 미정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씨는 2008년 1월~2010년 1월 2년 동안 근무했던 기간의 연월차수당 444만7973원과 미정산 퇴직금 84만여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 근속수당의 경우 근속기간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특정 자격증을 보유할 경우 지급되는 기술수당, 조건 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가족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다만 가족수당이 부양가족 수에 따라 달라진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성과급은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면 제외되지만 최하 등급을 받더라도 최소 금액을 보장한다면 해당 금액만큼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여름휴가비와 김장보너스, 선물비 등에 대해서는 “지급일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면 통상임금이 아니지만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과거 노사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못 박았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김성수 변호사는 “명시적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이번 판결이 노동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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