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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향한 인간의 꿈 흙빛 곡선에 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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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 최초의 민간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설계한 백준범 건축가. 그는 “정답은커녕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그만큼 완성됐을 때의 성취감은 컸다”고 했다. 그의 뒤쪽으로 불을 밝힌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가 펼쳐져 있다. 우주를 여행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보여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새해 2014년은 건축가 백준범(41)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미국 뉴멕시코주에 들어선 민간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에서 내년부터 민간인을 태운 우주왕복선 운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백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세운 건축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and Partners)’에서 근무하며 이 우주공항의 설계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내년엔 민간인 태운 우주선 발사

BMW 7시리즈의 모빌리티 라운지, 목재 블록을 조립해 곡선 벽면을 만들었다. [사진 BMW코리아]

 백씨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이달 22일까지)에서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16일 만난 그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민간 우주공항 건설 프로젝트였던 만큼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설계는 물론 관공서의 허가를 맡는 일 하나하나까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영국 버진 그룹이 운영하는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는 쉽게 말하면 ‘우주선용 공항’이다. 우주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3개월여에 걸친 트레이닝을 받고 우주여행을 떠난다.

 1인당 25만 달러(약 2억6300만원)라는 비용이 들지만 이미 700여 명이 신청을 마쳤다. 메인 건물 내부에는 터미널과 라운지, 우주왕복선 격납고뿐 아니라 승객들을 위한 숙소와 트레이닝 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기지가 있는 뉴멕시코 사막은 미국과 멕시코를 연결하는 통로일 뿐 아니라 주변에 유네스코 문화유적들이 들어서 있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였어요. 건축주는 사막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형상의 랜드마크를 원했죠.”

인공미 절제 … 자연과 어울리게

독일 쾰른 피앤씨(P&C) 백화점. 건물 외부를 둥근 유리로 감쌌다. [사진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그는 사막 저 멀리 펼쳐진 시에라 그란데 산의 곡선을 건물로 끌어왔다. 지붕은 흙색의 스테인레스 스틸을, 벽은 부식된 느낌이 나는 철판을 사용해 사막의 거센 바람에 견디면서도 주변 풍경에 녹아 들도록 했다. 사막 한 복판에 낮게 웅크린 기지는 어떻게 보면 상상 속의 우주선 같기도 하고, 혹은 가오리나 박쥐를 연상시킨다.

 “건물의 용도가 미래적(Futuristic)이기 때문에, 건물 그 자체는 최대한 인공적인 느낌을 자제하려 했어요. 그런 ‘반전’이 이 건물의 매력이죠.” 사막의 더운 바람을 식힐 수 있는 콘크리트 튜브(Tube)를 건물 전체에 깔아,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내부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15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백씨는 미국의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과 하버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석사를 마친 후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사무소를 거쳐 ‘포스터 앤 파트너스’에서 일하면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백씨는 곡선의 미학을 즐겨 적용한다.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비롯해 그가 설계작업에 참여했던 스위스의 폴 칼레 뮤지엄, 독일 쾰른의 피앤씨(Peek&Cloppenburg) 백화점, 파나마 국제공항 등은 모두 곡선의 부드러운 외관이 특징이다. “직선과 대칭보다 자연스럽고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에 끌립니다. 물의 흐름, 구름의 모양, 꽃잎이나 나뭇잎의 문양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고, 거기서 많은 영감을 얻죠.”

지난해 귀국 BMW 홍보관 디자인

 그는 지난해 여름 귀국해 현재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자동차 BMW의 홍보관 역할을 하는 ‘모빌리티 라운지(Mobility lounge)’의 디자인 작업을 총괄했다. BMW 7시리즈 라운지 역시 협곡처럼 흐르는 곡선 벽이 인상적이다. 목재로 여러 모양의 블록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새로운 모양으로 조립하는 이 작업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상황과 공간에 맞춰 변화가 가능하고 공해도 적은 모바일 건축은 앞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주공항를 짓는 일이든, 움직이는 건물을 구상하는 일이든 늘 새롭고 도전적인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것이 건축가로서의 바람입니다.”

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미국 뉴멕시코주 시에라 카운티 에 있는 세계 첫 민간우주공항. 전체 부지가 6만 2000평방미터에 이른다. 소유주는 뉴멕시코주이며, 영국 버진 그룹의 자회사인 버진 갤러틱(Virgin Galactic)이 운영을 맡는다. 2014년부터 정식으로 민간 우주 왕복선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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