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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이들, 산타에게 스마트폰 사달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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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는 주민 선거를 통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여러 명의 산타를 뽑는다. [김상선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산타의 존재가 그렇다. 미국 영화 ‘34번가의 기적’에서 6살 꼬마 소녀 수잔은 산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수잔 엄마도 “대부분이 허구로 인정하는 건 믿지 않아도 된다”며 존재를 부정한다. ‘진짜 산타’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산타의 ‘원조(元祖) 나라’ 핀란드에서 산타클로스가 비행기를 타고 방한했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초청으로 서울에 온 그는 24일까지 머물며 보육원과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 등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만날 계획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800㎞ 떨어진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온 그를 17일 만났다. 빨간색 옷과 모자, 긴 수염으로 멋을 냈다. ‘왜 루돌프 썰매를 타고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루돌프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라고 대답했다. “대신 엘프(요정)들과 함께 왔어요. 동심이 남아 있다면 날아다니는 엘프들이 보일 텐데, 보이지 않으세요?”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우체국엔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가 한 해 평균 60만 통이 쌓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 3만 통이 몰린다. 1927년 핀란드 방송국의 한 아나운서가 “산타클로스는 로바니에미 마을 코르바툰 투리 산에 살아요”라고 말하면서부터 ‘산타’ 거주지는 ‘핀란드 로바니에미’로 전 세계에 퍼졌다. 어린이들을 대신해 산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 요즘 인기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10년 전 남자 아이들은 로봇이나 장난감 총, 여자 아이들은 바비인형을 원했습니다. 최근엔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가장 갖고 싶어 하죠.”

 - 그 많은 선물들은 산타마을 ‘비밀공장’에서 만드는지.

 “하하. 선물공장은 세계 곳곳에 있어요. 한국에도 있는데…. 삼성, LG, 기타 등등.”

 - 어떻게 단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돌릴 수 있느냐.

 “그게 바로 마법. 하룻밤을 엿가락처럼 늘릴 수 있는 ‘마법시계’가 내겐 있지요. 순록들은 1년 내내 ‘루돌프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받고요.”

 -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루돌프 코는 왜 빨갛죠?

 “음…. 345번째 크리스마스까지는 기억하는데 잠깐 졸았더니 기억이 잘 안나네요. 루돌프의 빨간 코는 어두운 밤하늘을 밝힙니다.”

 - 산타는 모두 몇 명이나 되죠?

 “진짜 산타는 저밖에 없습니다. 물론 쇼핑센터와 백화점에 가짜들이 많지만요. (가짜 산타들에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산타의 진짜 이름과 나이를 거듭 물었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친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고 싶어서”란다.

 핀란드 산타는 주민 선거로 뽑힌다. 산타마을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산타, 세계를 돌며 홍보하는 산타 등 여러 명이다. 빨간 옷과 흰 수염으로 멋을 내고 배가 볼록한 산타의 모습은 미국의 화가 해던 선드볼룸이 1931년 코카콜라 광고를 위해 그린 데서 비롯됐다.

 - 한국 어린이에게 성탄절 인사를.

 “한국의 모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북한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글=이정헌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산타 원조' 핀란드서 온 산타
"굶주린 아이들에게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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