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첫 대면서 고민 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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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이 낳은 아기를 내 아이로 받아들여 기른다는 것은 어떤 일 일까. 상상할 수 있는 미묘한 심리적 흐름, 가족구성원들과의 얽힘, 또는 그 아기의 성장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한국기독교양자 회는 지난10년 동안 1천5백여 명의 아기들을 양부모의 품에 안겨 주었다. 다음은 그 중 4명의 어머니들이 참석한 「새 아기를 얻은 경험」에 대한 좌담회 내용이다.
이 어머니들은 작년과 금년사이에 생후1달 전후의 아기들을 양자로 맞았다.「엄마A」는 결혼 후 20년 가까이 아기를 기다리다가 양자를 들였고, 「엄마B」는 아들 셋을 낳고 불임수술을 한 후 살림에 여유가 생기자 딸을 새로 맞았다. 「엄마C」와「엄마D」는 각각아들 딸이 국민학교에 들어가도록 동생이 없자 새로 아들과 딸을 양자로 들였다.
「엄마A」는 양자를 들이기까지의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갖은 노력을 다해도 아기가 없자 우리부부는 양자를 들이기로 결정했지요. 나는 혈통문제가 있으니 딸을 들이자고 했으나 남편은 아들을 고집했어요. 시아버님께 의논했더니 역시 아들을 원하셨어요. 그 후 양자 회를 찾아 신청을 하고 반년가까이 절차를 밟는 동안 마음의 고통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어요. 각종불안이 다 머리를 괴롭혔어요. 그러나 양자 회에서 아기와 첫 대면을 하던 날 온갖 고민은 모두 사라졌어요. 아기를 받아 안는 순간 이 작은 생명에 대한 애정과 연민으로 눈물이 흘렀고 집에 데려가 기르다보니 내가 낳았다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될 정도예요.』
아기와의 첫 대면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느낌을 말하고 있다. 한 엄마는 첫 번째 보여준 아기가 그렇게 잘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음이 끌리지 않아 1주일 후 다른 아기와 만났는데 두 번째 아기를 보는 순간 「내 아이」라는 강한 감동이 일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양자라는 것을 밝힐 것인가, 내 아이라고 속일 것인가 하는것은 매우 큰 문제이다. 양자 회는 되도록 이것을 속이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으나 네 명의 어머니중 양자라고 공포하는 어머니는 둘뿐이다.「엄마B」는 『세 아들과 이웃을 속이기 위해 몇 달 동안 배가 부른 것처럼 했고 아기 데려오던 날은 외박을 한 후 배에 빨간 약으로 수술자국까지 그린걸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엄마A」는 『우리부부와 시아버님만 양자라는 걸 알고 시어머님을 비롯한 친척과 이웃들은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서 낳아 온 줄 알고 있어요. 저도 그게 나을 것 같아 그런 척 하구요』라고 말한다. 숨기는 이유는 물론 아기가 성장한 후에 일어날 갈등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는 「엄마C」「엄마D」는 이렇게 말한다. 『아기들이 자랄 때쯤이면 우리 사회에서도 양자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거예요.「주워온 아이」라거나 핏줄을 따지기 전 인간 됨 됨을 더 중시하고 사랑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더 소중히 알게 될 꺼 예요.』 이 엄마들은 아기가 자라 어느 날 내가 양자냐고 물으면『그래. 너는 양자인데 그렇지만 누나나 오빠, 혹은 다른 집 아이들과 뭐 다른 점이 있니? 똑같다면 무슨 문제지?』라고 말할 준비를 하고있다.
생각해보면 잘못 태어난 한 생명을 거두어 기른다는 것 이상의 좋은 일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어머니들은 이미 「내 아이」라는 느낌 때문에 누가『좋은 일한다』고 치하할 때는 정말화가 난다고 말한다.
이 어머니들은 『아기는 갓난아기일수록 정이 더 든다』『입양수속이 까다로우니까 아기를 힘들여 얻었다는 소중함을 알게되었다』라고 말하고『양부모 회를 조직해서 문제가 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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