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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네살박이 꼬마 동생을 데리고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갔다가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어머니들과 서양의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예방주사를 맞게 하는 차이점에 대해서다.
한국의 어머니는 주사를 맞지 않으려고 울고있는 꼬마를 『조금도 아프지 않다. 봐라 저기 아저씨도 울지 않고 맞고있지 않느냐』면서 달래고 있다. 그래서 그 꼬마는 다소 안심하고 궁둥이를 들이대다가는 그만 그 따끔한 아픔에 울음을 터Em리면서 『엄마는 거짓말쟁이』하면서 발버둥친다.
그러나 서양의 어머니들은『저 주사를 맞으면 아프다. 그러나 이 주사를 맞지 않아서 나쁜 병에 걸리면 다음엔 더 많은 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갔다온 친지 한 분의 말씀을 또 빌어보자.
그분이 어떤 가정에 초대되어 술자리를 벌이고 있을 때 꼬마들이 살며시 아버지 옆에 앉더니 벽에 걸린「캘린더」를 보고 『아버지! 왜 1월은 31일이고 2월은 28일이지? 전부 30일로 하면 더 편리 할텐데』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한참생각한끝에『그건 옛날 우리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써왔기 때문이지. 이랬다저랬다 하면 해마다 혼란할 테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꼬마는 아빠의 임기웅변에 알듯 모를 듯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것이다.
우리 아빠들 같으면 어땠을까. 술좌석에 어린이가 와서 앉는 것만 가지고도 얼굴을 찡그릴 것이고 달력에 대해서 그렇게 물었다면 대답이 궁색해진 아버지는 고함을 지를 것이다.『조그만 녀석이 별걸 다 신경 쓴다. 저기 가서 놀아라』라고.
고교입시제도가 개혁을 했다. 도시인구 집중의 분산과 수험생들의 부담경감 등의 강점을 내걸고서. 그러나 시골학생들이 좀더 환경이 좋은 도시학교에서 배우려고 하는 기회를 뺏었다는 것에는 다소의 불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시골학교와 도시학교의 현저한 수준차이를 없애 줄 묘안이생기지 않고는 말이다.
시골학생들을 무시해 버린 어버이들의 행정이 되어선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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