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국제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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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7 월남 평화협정 조인 후 30일 안에 개최키로 한 12개국 국제회의가 26일부터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회의의 목적은 한마디로 월남 평화협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월남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여러 가지 혼합된 회의체가 있다. 양자 공동 군사위원단, 4자 공동 군사위원단, 민족화해 전국회의, 국제감시위원단, 국제회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국제회의는 월남 문제와 또 전반적으로 인도지나 문제와 관련이 깊은 후견세력들이 일당에 모여서 월남평화협정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월남평화란 후견세력의 보장으로써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설명의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월남전쟁은 얼른 보기에는 내전인 것 같지만, 실상 본질적으로는 외침에 의한 전쟁이요 대국이 개입한 전쟁인 것이다.
역사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70%는 반체제 내전이며, 그 중 80%가 대국 개입의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전쟁종식에는 교전당사자의 종결협정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도 대국의 평화보장이 더 한층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파리」국제회의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이 국제회의의 원만한 타결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월남 평화는 명실공히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지 문제에 관한 국제합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4년의 9개국 「제네바」 회의를 비롯해서 1962년 「제네바」 14개국 회의가 있었지만, 다같이 휴지화 하고 말았던 것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그리고 이들 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들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공산 침략자들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국제대회의 역시 그것이 과거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산주의자들의 적색혁명노선이 포기되어야만 한다. 「제네바」 9개국 회의 이후 19년, 14 개국 회의 이후로는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9년에 걸친 치열한 월남전쟁이 있었지만 관계국은 전쟁의 인과성부를 따지면서 다시는 인지에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제회의는 그 여건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몇 가지 특색이 있다. 이른바 긴장완화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세계 정세 속에 열리는 점이다. 또한 미·중공·소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며 「유엔」사무총장이 인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협정이나 조약에는 신뢰가 기조이다. 「이데올르기」와 체제를 달리하는 국제회의에서 하루아침에 불신을 해소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에 틀림이 없으나 전쟁만은 예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정적으로 인지의 현상동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정치적 현실로서 월남에 외부침략이 절대로 없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며 그런 한편에 있어서 관계국의 자결권의 기회를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파리」 국제회의는 「포스트·베트남」시대의 강대국의 향방과 전후 「아시아」의 질서를 점 칠 수 있다는데서 우리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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