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치 발굴, 근대화 토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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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26일 『우리가 근대화하려 할 때 그 근대화의 의미는 결코 서구를 맹목적으로 모방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장점과 경험을 배우고 받아들이되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를 창조적으로 계발하여 그 토양 위에 근대화가 뿌리박고 열매를 맺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73년도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 치사를 통해 『우리의 것을 갈고 닦는다는 것과 남의 것을 배우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절대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며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고 지적, 『따라서 우리의 지성인들이 해야 할 일은 국력배양과 조국의 근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고도의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합리적으로 체계화해서 근대화의 정신적 지주를 확립하는데도 적극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민족의 위대한 자아를 바탕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고 우리 민족의 영광을 드높이려는 것이 바로 10월 유신』이라고 말하고 졸업생들에게 『유신과업 수행을 향도하는 한국 지성의 충실한 역군으로서 맡은바 시대적 사명을 성실히 완수하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 치사 요지>
『나는 작년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 나라의 지성인들은 조국이 처해 있는 오늘의 현실을 냉엄하게 직시하고 이것을 어떻게 하면 극복 타개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데 대한 고민 어린 애국심을 지성인 본연의 활동영역에서 행동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성인의 고민 어린 애국심이란 결코 좌절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위한 것이며 또한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자 한다. 선현이 일찍이 말했듯이 그 길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지적해 두려 한다.
나는 연초에 중화학공업 정책 선언을 하고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제창한 바 있다.
우리의 모든 것이 생산과 직결되고 기술과 과학으로 무장되어야만 우리의 국력배양도 가속화되고 조국의 근대화도 촉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의 서구사회가 막강한 공업력과 높은 과학기술을 향유하고 있는 것도 그 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업화 또는 근대화가 결코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공업화나 근대화가 한민족의 역사적 내지 문화적 전통과 상충되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오늘의 서구사회가 공업화되고 과학화된 그 배경에는 수세기를 두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합리주의사상이라든가 또는 청교도 정신이라고 불리는 엄격한 도덕률 등 그들 나름의 굳건한 정신적 지주가 있었다는 것을 기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 하에서 우리가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확립해야 할 것은 우리민족의 자주성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를 빛내고 있는 여러분 각자가 모두 진실한 한국인임을 굳게 믿고 있다.
여러분은 언제 어떠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나는 진실한 한국인이다」라는 생각과 긍지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여러분이 유신과업 수행을 향도하는 한국 지성의 충실한 역군으로서 맡은바 시대적 사명을 성실히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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