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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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네스코」한위가 전국 42개 대학의 남녀 각 50명씩 1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 나라 대학생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그들의 장래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남학생들은 『나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너무 크다』『집에서 맡은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 각각 80%를 상회하고 있고, 학비를 『부모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등록금이 가정형편에 지나친 부담으로 되고있다』는 고민이 81%나 되었다.
남자 대학생들이 가족에 대한 부담감과 경제적 문제로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전체 대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같은 고율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 나라 남자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학업에만 열중하지 못하고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위압되고 있어 신경질환까지 유발하고 있다는 각 대학 학생지도연구소의 조사결과 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유수한 대학의 우수한 재학생까지가 학비 등 경제상태에 고민하고 있으며 장래의 취업문제 등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경시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회문제이다.
이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엘리트」들이 자유롭게 학업에만 열중하지 못하고 많은 중압감속에서 앞 다투어 자유업이나 교직에 취업하기 위하여 악착 같이 공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들이 자라날 경우 우리사회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에는 대학생들의 지망이 정치인이거나 기자거나 실업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려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변호사·판사·의사·대학교수등 비교적 안정된 보수와 개인적인 안락을 탐하는 자유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려 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보수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증좌라 할 수 있다.
여학생의 경우에도 교육계지망이 52%나 되고 언론계 20%,예술계 8%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비교적 안정된 자리를 희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학생들의 현재의 고민은 학비조달 문제이고 다음이 『알맞은 배우자를 찾을 수 있을는지』하는 미래의 걱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남학생들의 장래에 대해서도 위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선진외국 같으면 중·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거의 자동적으로 취직이 확정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취업에 대한 보장이 없어도 그 부모들이 전래의 농토까지 팔아 무리하게 상급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는 풍토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까지의 학력 우선 정책이 대학 진학율을 높인 결과라고 판단하여 공무원임용이나 국영기업체 직원채용에 있어 학력자격제한을 철폐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고시공부를 하기 위해 입산 수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유위한 청소년들이 고시공부를 위하여 몇 년 씩 책만 외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첫째로는 학생들에게 학비부담을 경감해 주기 위하여 장학금혜택을 한층 더 늘려야 할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재학시부터라도 졸업후의 직업보도를 충실히 하여 적절한 취업장소를 계획적으로 알선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경제적·사회적 중압감 없이 공부에만 열중하고 씩씩하고 큰 기상을 가지고 장래의 한국을 건설할 역군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고무해 주는 시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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