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원격의료는 민영화 전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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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철도 민영화에 이어 의료 민영화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의사협회 등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등이 의료 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부인하는 가운데 전국철도노조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파업을 하는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철도 민영화에 의료 민영화로 얘기가 번지자 16일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원격의료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 의료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원격의료 도입안은 동네의원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에 한해 원격의료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3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투자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지만 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여의도에서 1만 명(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동네의원은 고사(枯死)하고 의료 전달체계가 붕괴하는 의료 대재앙이 온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선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전 단계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두 정책 모두 재정이 튼튼한 병원이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료 민영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개원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정부가 치료비 원가를 보전해주지 못하는 현 구조에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까지 허용한다면 환자에게 부족한 치료비를 받아내는 착취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이 원격의료 등에 ‘의료 민영화’라는 이름을 붙여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우리나라는 병원 중 94%가 민간이지만 건강보험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원격의료가 도입돼도 민간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동네의원이 건강보험 기준에 따라 실시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법인 자회사의 수익사업 허용에 대해선 “ 수익의 80% 이상을 환자 진료에 쓰도록 하고, 투자개방형이 아닌 비영리 원칙을 유지하기 때문에 민영화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주영·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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