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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도 울어버린 한사람의 졸업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9일 하오2시 서울「세브란스」병원 구내소아재활원 부속국민학교에서는 단 한사람의 졸업생을 내는 하객도 친구들도 울어버린 감격의 졸업식이 베풀어졌다. 이날 가슴에 분홍「카네이션」을 꽂고 교사 후배 학부모 등의 축복을 한몸에 받은 졸업생은 홍승일양(14·영등포구 흑석동196의54).
생후1백일만에 소아마비를 앓아 양다리를 쓰지 못하는 홍양은 보족기를 단 채 부모의 등에 업혀와 걸음걸이와 책을 읽으며 6학년과정을 마치고 이날 졸업하게 된 것.
올해로 4회째 졸업생을 내는 이날 졸업식장에는 연세대 김효규 부총장과 29명의 소아재활원 어린이들이 의족과 의수를 낀 채 나와 홍양의 졸업을 축하했다.
5학년생인 심현미양(13)은 침대에 누운 채 송가 『동무생각』을 부를 때 홍양은 보족기를 댄 양다리를 움이면서 심양 곁에 다가가 가볍게 뺨을 비비자 장내를 매운 하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홍양의 답사는 인현극. 인형이 나타나 말을 주고받는 사이 홍양의 맑은 목소리가 「메아리」졌다.
『재작년 여름 엄마·아빠에게 업혀 소아재활원으로 왔을 때는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이날부터 나는 손에 닿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배우고 읽었읍니다.
소풍·「캠핑」·박물관견학을 통해 눈부신 울타리 바깥 세상도 봤읍니다.』 홍양의 목소리가 감격에 젖어 떨 때 친언니처럼 감싸고 돌봐준 최신옥·김태희 두 교사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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