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불신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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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가 위태롭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감독들의 퇴장이 속출했다. 지난 7일 준결승전에서 신세계 이문규 감독은 "똑같은 상황인데 우리만 파울을 불었다"며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감독 퇴장은 처음이었다.

이틀 만에 감독 퇴장이 또 터졌다. 10일 우리은행과의 결승 1차전에서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이 "뻔한 파울인데도 불지 않는다"며 연거푸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이문규 감독은 지고 있었고, 박인규 감독은 이기고 있었다. 어떤 감독이든 심판을 믿지 않았다. 박감독은 11일 "지금도 이미선의 공격 장면을 비디오로 보고 있다"며 "수십번 봐도 명백한 파울인데 심판이 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판들도 불만이 많다. 감독들의 항의가 도를 넘는다는 것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조승연 전무는 "프로리그가 갑자기 생겨나 체계적인 심판 양성 기간이 없었다"며 심판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심판의 정확한 판단에도 연륜을 앞세워 항의를 거듭하는 감독이 있다면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을까. 남자 프로농구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지난달 일부 구단의 심판 매수설이 돌자 프로농구연맹(KBL)은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성 확보에 프로농구의 생존이 걸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연맹측은 심판 설명회를 열고 있다. 비디오로 일일이 분석한 뒤 치명적인 심판의 실수엔 징계를 내린다. 결국 시스템이다. 감독과 심판이 함께 고개를 끄덕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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