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협상...숨가쁜 마무리단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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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파리」「하노이」「사이공」등 월남전에 관련된 4개 수도로부터 월남휴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보도는 협정조인이 금명간 이루어지리라는 관측으로부터 가조인이 「키신저」-「토」간에 이미 이루어졌다는 추측까지도 나돌고 있다. 본사는 「워싱턴」「파리」「사이공」특파원들을 동원, 현지의 반응을 알아본다.

<워싱턴>
『이번에는 정말 같다』는 것이 「닉슨」대통령의 북폭 전면 중지 명령을 대하는 이곳의 반응이다.「닉슨」대통령은 작년5월 전면북폭과 월맹해안 봉쇄를 명령할 때 『미군포로가 석방되고 국제감시하에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한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그가 월맹에 대한 사실상의 휴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린 것은 최근 「파리」비밀협상에서 「키신저」와「레·둑·토」가 최종적인 협정초안에 합의를 하고 남은 문제는 「티우」대통령의 동의를 받는것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글러」백악관대변인 발표에도 『「닉슨」대통령은 현시점에서의 협상의 평가에 근거, 일방적인 조처를 취했다』는 귀절이 있다. 그것은 이번에 마련된 협정초안이 「닉슨」대통령이 말하는 『정당하고 공정한 타결』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지글러」발언 속에는 「티우」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가 스며있다. 지금「티우」대통령은 「알렉산더·헤이그」로부터 협상내용을 설명받고 있는데「닉슨」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미국이나 월남이 바랄 수 있는 최후선이라는 것을 강력히 전달한 것 같다. 백악관 발표는 협상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고 더구나 휴전실시에 관해서는 최소한의 암시도 주지않고 있다.
백악관은 협정조인시기를「닉슨」대통령취임식과 관련시키는 것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닉슨」대통령이 지난12월 이후 협상타결을 특히 서두른 것은 여론에의 굴복이라는 점도 있지만 취임식전에 월남전을 해결하여 『평화대통령』으로 빛나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인문적인 야망에의 굴복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주 안에는 적어도 쌍방이 협정에 완전합의를 보았다는 발표정도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사이공」에서는 2월3일의 구정을 기해서 총성이 멈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워싱턴」에서는 오히려 취임식 쪽에 비중을 두고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키신저」와 「토」가 최근협상에서 합의를 본 것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를 다음4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월맹은 휴전과 미군철수 전에 미군포로를 석방하되,「사이공」점부의 억류중인 정치범석방과 동시에 한다는 종래의 조건을 철회한다.
②비무장지대(DMZ)설정을 휴전협정에 명시하되 월남은 그것을 항구적인 국경선으로 간주하고 월맹은 그것을 잠정적인 군사완충지대로 간주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남긴다.
소식통들은 DMZ문제가 월맹측이 1954년 「제네바」협정 제24조와 비슷한 조항을 수락함으로써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제24조의 핵심귀절은 『쌍방의 군대는 상대방이 장악하고 있는 영토와 DMZ를 존중하고 서로 조사·작전을 벌이지 않으며 월남에서 어떤 종류의 봉쇄조처에도 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월맹이 월남안의 2개 정부를 인정하는 중대한 양보로 간주된다. 이것이 바로 「티우」대통령이 주장하는 주권문제다.
③월맹이 월남에 침투시킨 14만5천명의 월맹군대를 자연스럽게 철수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상호 병력감축에 합의한다. 이 부분은 월맹군대가 협정조인 후 2개월안에 미군과 함께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월맹주장이 상당히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무장지대문제에서 월맹에 의한 월남정부의 내정간섭 여지를 봉쇄한 대신, 월맹군으로 하여금 상호병력감축 실시까지 계속주둔을 양해함으로써 월맹군이「베트콩」을 사실상 물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④국제감시위윈단 문제에서 월맹은 2뱃50명 주장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2천명선으로 접근한다.
「업저버」들은 16일 「닉슨」대통령이 월맹폭격을 완전히 중지함으로써 월맹에 관한한 이제 폭격이 영구히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작년 12월 「닉슨」대통령이 「하노이」「하이퐁」지역을 포함한 월맹전역에 대한 폭격을 명령했을때 폭발된 여론의 강도로 보아서「닉슨」대통령으로서도 북폭을 또다시 명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그가 17도와 20도간 지역폭격과 항만봉쇄중지를 명령했다는 것은 이번에는 정말 월남평화가 눈앞에 박두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곳에서는 해석들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파리>
「파리」관측통들은 지난8일부터 시작된 「키신저」「레·둑·토」간의 비밀협상이 월남휴전협정의 주요내용을 모두 매듭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키신저」가 「파리」를 떠나면서 「레·둑·토」에게 북폭·기전봉쇄 등 월맹에 대한 군사행동을 중지하겠다고 사전에 통고했다는 풍문과 『이제 다음 단계는「닉슨」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한 「키신저」자신의 발언에 두고 있다.
또 이들 관측통은 「키신저」가 「워싱턴」으로 떠난 다음에도 월맹측 대표「토」는 계속 「파리」에 남아 있으며 미국측에서 휴전의 세부준칙에 관해 정통한 「윌리엄·설리버」미국무부차관보가 월맹측 고위실무자들과 회담을 계속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은 월맹측이 최근 협상에서 그들이 양보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했으며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고 「사이공」을 설득하여 서명에 동의하느냐, 않느냐가 휴전성립의 열쇠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이 대월맹군사활동 중지령을 내린 것은 미국측이 이번에는 협정에 조인할 용의가 있음을 행동으로 표시한 것이 아닌가 풀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폭은 서방국가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샀기 때문에 협상이 깨어지더라도 이의 재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폭중지령은 휴전성립과 같은 사태발전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전환이라고 이곳에서도 보고 있다.
한편 「파리」의 「베트콩」대표단은 월맹에 대한 군사활동 중지령이 있은 직후 월남안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월남측 대표단은 『협상이 결정적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15일밤 「하노이」쪽에서는 협정조인이 금명간에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파리」의 월맹대표단은 이를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곳 신문·방송은 협정조인이 임박했다는 조심성있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사이공>
「닉슨」미대통령의 대월맹군사활동 중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월남평화협상에 중요역할을 맡았던「알렉산더·헤이그」미합참차장이 「사이공」에 도착함으로써 이곳에서는 월남평화가 임박했다는 풍문이 다시 나돌고 있다.
일선에서는 「키신저」특사와 「레·둑·토」월맹대표간에 이미 휴전협정이 가조인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이곳에서는 「헤이그」대장이 「티우」월남대통령에게 보내는 「닉슨」대통령의 친서와 미·월맹간에 합의된 휴전협정초안을 휴대하고 온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이 초안의 내용에「티우」가 동의한다면 월남휴전은 성립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는데 월남정부는 만약 휴전선 복원, 월맹군 철수 등 소위 「월남의 주권문제」가 협정에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한 54년의 「제네바」협정 때와 같이 서명을 거부하고 묵시적으로 이에 따를 뜻을 표명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미·월맹간의 합의에 비록 「티우」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협정조인 자체를 지연시키는 중요요인은 되지 않을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알려진 바로는 월남내에 와있는 월맹군의 철수문제는 「파리」협상에서 쌍방간에 상당히 의견차를 좁힌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군측에서 14만5천명으로 추산해온 월남내의 월맹군 대해서 월맹측에서는 그 존재자체를 부인해 왔다. 이 문제는 아마도 휴전협정에 명시하지 않은채 양측의 양해로 월맹군의 철수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합의된 것 같다.
「티우」에게 보내는「닉슨」의 친서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곳에서는 「티우」가 미국측이 마련한 휴전협정내용을 받아들인다면 휴전은「티우」의 정치적 장래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일 것이라구 보고 있다. [사이공=신상갑 특파원]

<세계각국반향>
【런던15일UPI동양】「닉슨」대통령의 대월맹군사행동중지령은 「유럽」의 각정부 집무시간이 훨씬 지난 15일밤 늦게 알려졌으나 각국은 이 결정에『절대적 지지』를 표시했다.
한결같이 종전을 환영
▲영국=정부 및 외교소식통은 한결같이 이 결정을 환영했다.

<종전에 중대한 진일보>
▲서독=사민당의 부대변인「로타르·슈바르츠」씨는 『이는 동남아의 처절한 전쟁을 종결시킴에 있어 중대한 진일보이다. 그동안 종전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계속돼왔다는 것과 종전의 날이 임박했다는 확신을 우리는 갖게 되었다』고 논평.
협상에 큰진전있은 듯
▲스웨덴= 『이 결정은 「파리」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테르·비크만」외상) .

<휴전타결 임박한듯>
▲노르웨이= 『중대한 결정이다. 미·월맹의 휴전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며 곧 재개될
「파리」회담이 유종의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다그핀· 보르비크」외상). [런던15일UPI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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