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의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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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년도 수출산업에 대한 자금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안에 약간의 이견이 있는 듯 하나 거기에는 각기 그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1천억 원의 파격적인 지원을 언명한 상공부는 80년대 1백억 달러의 수출목표 달성을 위해선 명년부터 수출산업에 대한 과감한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고, 그 원칙에는 찬성이나 지원규모는 6∼7백억 원 선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재무부 측 견해는 주로 안정기조의 견지를 고려한 것이다.
재정안정 계획의 집행을 책임져야 할 재무부와 수출을 주관하는 상공부가 수출정책의 접근방법 문제로 가끔 이견을 나타낸 것은 결코 작금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출증진과 안정기조의 견지는 궁극적으로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다.
수출이 단지 수출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만이 아닐진대, 국제수지의 개선과 국민경제의 균형적 성장과 직결되어야 하거니와 또 그 반면, 안정기조도 안정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속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수출증진과 안정기조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것이다.
80년대에 1백억 달러를 수출한다는 목표는 매우 야심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모든 부문에 걸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사실 그 동안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에 수출신장이 기여해 온 역할은 매우 크다. 따라서 수출 주도형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정책기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지원이 안정기반을 위협 할 정도로 테두리를 벗어나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안정기조 위에서의 성장이 장기적인 수출증진을 위해서도 소망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1백억 달러 수출 목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국내 산업기반의 구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산업체제 전체가 국제경쟁력을 갖고 그 기반 위에서 1백억 달러의 수출이 무리 없이 달성돼야 하는 것이다.
총력 수출 체제하에선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구별이나 그 선택적인 지원은 무의미 해 질 수도 있다. 이것은 전 산업이 수출산업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한 우선 투자가 바람직하나, 이들 만을 위해 1천억 원을 집중 투자할 수 있겠는지 깊이 생각해야겠다. 수출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게 아니라, 국민경제의 전반적 심화 확대라는 종합적인 접근방법, 예컨데 기술혁신·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토착화·적성산업의 개발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수출증진은 전반적 산업구조개편작업과 환율문제 등 가격 「메커니즘」에 의한 유도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산업기반의 균형적인 정비와 수출 경쟁력은 「인플레·무드」에서는 이룩될 수가 없는 것이다. 「8·3조처」후 유동성이 전례 없이 증가되어 잠재 구매력으로 남아있고 금년들어 세계적인 「인플레·무드」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이미 47·9% (71년)에 달했고, 이것이 앞으로 더욱 높아지리라는 점도 내년도 유동성 공급 규모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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