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엔 국경 없어 … 이웃 나라 고려해 규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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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기오염은 국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각국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국경 너머 다른 나라 국민의 건강까지도 고려해 대기오염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아 네이라(51·사진) 대중보건환경국장은 1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스모그처럼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구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10월 17일 ‘대기오염(Out door air polluti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미세먼지도 별도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WHO의 이런 결정은 최근 중국발(發) 스모그의 심각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본지 12월 10일자 1, 8면> 본지는 담당국장인 네이라 박사에게 이번 발암물질 지정의 의미 등을 물었다.

 스페인 국적의 네이라 국장은 내분비학과 대사질환 등을 전공해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식품안전국 국장과 보건부 차관을 지낸 그는 2005년 9월부터 WHO에서 현 직책을 맡고 있다. 다음은 네이라 국장과의 일문일답.

 - WHO가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의미는.

 “과거에는 대기오염이나 먼지 속 개별 물질 하나하나를 따져서 발암물질을 골라 지정했다. 이번 결정은 미세먼지 혼합물 자체가 사람에게 잠재적인 위험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이번 결정이 스모그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나라와 관련이 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대기오염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스모그가 심각한 중국에는 더 중요하다.”

 -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 대기오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의 스모그 수준은 매우 심하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곳이 특히 그렇다. 시민들의 우려가 크고, 중국 정부도 규제를 시작했다. 당연히 우리도 그런 규제를 지지한다. 현재 수준의 스모그는 시민 건강에 잠재적 위험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이번 결정과 관련해 WHO의 미세먼지 권고기준을 강화할 계획은 없나.

 “권고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실천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국의 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고 환경기준을 WHO 권고기준에 가깝게 설정하도록 도울 것이다.”

 - 한국의 환경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는 각국이 자체적인 환경기준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각국의 기준이 WHO 기준과 최대한 근접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환경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시작이다. 이를 통해 오염을 조금씩 줄일 수 있게 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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