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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이 쌓은 포인트 1억어치 증발 … 관리업체 '띠앗'에 손배소 이어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하는 김철호(33)씨는 지난 10월 31일 국내 굴지의 포인트(마일리지) 교환·통합 사이트 ‘띠앗’에서 관리 중인 자신의 포인트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김씨 계정에서 325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세 차례에 걸쳐 상품권으로 전환돼 빠져나간 것이다. 50만원 이상의 포인트가 들어 있는 계정에 로그인할 때는 휴대전화 등을 통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즉각 본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통신사에 확인했으나 김씨가 인증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업체 측은 “50%를 보상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업체 과실로 인해 해킹 피해를 당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포인트 전환 사이트에서 관리되는 각종 포인트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씨를 포함해 ‘띠앗’에서는 지난 8~10월 1000여 명의 회원 계정이 해킹당해 1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피해를 전액 보상해 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회원들은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보안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외부 기관을 통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2000년 시작된 ‘포인트 전환 시장’은 포인트 시장이 6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덩달아 커졌다. 업계는 1000억원대로 추산한다. 포인트 전환 사이트를 이용하면 신용카드·유통업체·통신사 등 100여 개 제휴사에 흩어져 있는 포인트들을 한데 묶어 물건을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포인트 전환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불황이 이어지면서 포인트를 한데 뭉치기 위해 전환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 전환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해킹 등 소비자 피해에는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포인트 전환 사이트로는 띠앗·포인트파크·넷포인트·포인트리 등이 있다. 이들 사이트 이용자 수는 400만~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는 일반 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돼 금융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

해킹 등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리지침 등이 전혀 없다. 포인트가 전환사이트 등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화폐와 같은 범용성을 갖게 됐음에도 여전히 ‘덤’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인트를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업체의 보안 책임이 강화돼 소비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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