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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32> 미세먼지 대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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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를 다량 함유한 중국 내 스모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을 뒤덮은 ‘차이나 스모그’는 이제 바다 건너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오염물질과 뒤섞여 하늘을 뿌옇게 만들고 있다. 이번 겨울 내내 ‘회색재앙’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차이나 스모그의 원인과 영향,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살펴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올 한 해 중국의 스모그는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기상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의 평균 스모그 발생 일수는 4.7일로 52년 만에 최다로 집계됐다. 중국 스모그는 11월과 12월 난방철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말이던 지난 7일에도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지역에서는 짙은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200~500m로 떨어지면서 고속도로가 봉쇄됐다. 난징에서는 지난 6일 유치원과 초·중등학교가 스모그로 인해 수업을 중단했다.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6일 오후 한때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환경기준인 ㎥당 25㎍(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을 24배 이상 초과하는 602.5㎍을 기록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중국발 스모그. 4일 오전 남산 전망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스모그가 가득 찬 서울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 스모그와 국내 오염물질이 합쳐진 탓에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의 3배나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유해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오종택 기자]

 스모그(smog)는 연기(smoke)와 안개(fog)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연무(煙霧)라고도 한다. 석탄 등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가 안개와 합쳐져 시야를 가리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스모그가 1952년 겨울 석탄 속의 아황산가스로 인해 4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의 런던스모그, 1940년대 이후 자동차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이 원인이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모그다. 이제 차이나 스모그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과거에도 스모그가 있었지만 대규모 석탄 사용과 늘어나는 차량 탓에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겨울 베이징을 중심으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하얼빈에서는 짙은 스모그 때문에 가시거리가 3m 이하로 떨어졌다. 감시 카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상황이다.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청정연료 확대, 노후차량 폐차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석탄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15년 정도는 지나야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차이나 스모그는 서해를 건너 한반도로 곧장 영향을 준다. 잔잔한 서풍이 불어올 때면 중국 스모그에 포함된 미세먼지는 몇 시간 뒤 수도권 지역에 도달한다. 과거에도 중국발 스모그는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스럽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24시간 환경기준(100㎍/㎥)을 12시간 이상 초과한 경우는 올 들어 5일까지 모두 21회다. 2010~2011년 각 11회, 지난해 3회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올 1월에는 스모그가 6일(12~17일) 동안, 3월에는 7일(4~10일) 동안 지속됐다. 이번 가을 들어서도 11월 23일과 12월 2~5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스모그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미세먼지 중 30~50%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와 국내 대기오염물질이 섞이고, 여기에다 바람도 없이 잔잔한 기상현상까지 겹치면서 짙은 스모그로 바뀐다는 것이다.

# 스모그 얼마나 위험한가 스모그 속에는 미세먼지가 들어 있다.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일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일반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로 머리카락 굵기(70㎛)의 10분의 1 안팎이다.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굴뚝 등을 통해 배출되거나 황사 속에 많이 들어 있다. 이 자체로도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도 안 된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을 통해 직접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기 중으로 배출된 가스 상태의 오염물질이 아주 미세한 초미세먼지 입자로 바뀌기도 한다.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여기서 혈관으로 들어간다. 초미세먼지는 혈액의 점성을 높여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금속이나 발암물질도 다량 포함돼 있어 일반 미세먼지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6억 명이 스모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에서는 12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중국 칭화대·베이징대, 이스라엘 헤브루대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 중국 북부 지역에 만연한 유독성 스모그가 기대수명을 5.5년 단축할 뿐 아니라 폐암과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생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공개된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미세먼지로 연간 2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80만 명의 폐질환자가 발생해 연간 12조3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는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자료(2002~2010년 서울시 의료비용)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혈관계 발병률도 높아져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76.55㎍/㎥였던 2002년에는 심혈관계 입원 건수가 1251건 늘고 의료비도 전년도보다 33억1100만원이 증가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았던 2010년(49.01㎍/㎥)에는 입원건수는 3866건, 의료비는 228억6000만원 줄었다.

# 초미세먼지 대책은 미세먼지보다 독성이 강한 초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환경기준을 정해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24시간 환경기준은 50㎍/㎥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국제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미세먼지 기준치는 24시간 기준이 25㎍/㎥이다. 미국과 일본은 24시간 기준이 35㎍/㎥이다. 지난 8월부터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는 환경부는 내년 5월 수도권지역부터 초미세먼지 예보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10월부터 자체적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또 초미세먼지 경보제를 도입해 지난 5일 전국 최초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경기도 역시 내년 3월부터 초미세먼지 경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 어린이·노약자 실외활동 자제 미세먼지 예보가 ‘조금 나쁨(81~120㎍/㎥)’으로 발표되면 어린이·노약자는 장시간 야외활동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나쁨(121~200㎍/㎥)’으로 발표되면 어린이·노약자, 호흡기·심혈관계 환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장시간 무리한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매우 나쁨(201㎍/㎥ 이상)’이면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스모그 발생 시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모발 보호를 위해 모자를 쓰고 황사마스크도 착용하는 좋다. 황사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것이라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에는 얼굴에 잘 밀착시켜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씻어서 다시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쓰는 게 좋다. 이물질이 렌즈에 붙으면 눈의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많이 마시고, 입과 코를 자주 물로 헹궈주면 좋다. 외출 후에는 옷의 먼지를 털고,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2~3차례 얼굴을 씻는 것도 필요하다. 황사 때 삼겹살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속설이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기환경정보 시스템인 ‘에어코리아(http://www.air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실내공기에도 신경을 써야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300㎍/㎥이 넘어가는 ‘위험’ 상황에서 노약자들에게 외출은 금물이다. 실내에서 생활해야 한다. 황사 때나 스모그가 심할 때에는 실제 국내에서도 오염이 이 수준에 이른다. 실내에서는 음식물 조리 과정 등에서 이산화질소 등 실내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평소에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게 실내공기를 맑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황사·스모그 땐 불가능하다. 창문을 꼭꼭 닫아놓아도 초미세먼지가 날아들 수 있다. 이럴 때는 공기청정기가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주거환경에 맞는 필터를 골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집에서는 곰팡이 포자 등을 걸러낼 수 있는 ‘헌집 전용 필터’를, 새로 입주한 집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제거할 수 있는 ‘새집 전용 필터’를 선택하면 좋다. 스모그의 초미세먼지가 걱정이 되면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것이 좋다. 헤파필터는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0.3㎛ 이상)을 걸러낼 수 있다. 난방을 하는 겨울을 비롯해 봄·가을에는 실내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가 가습 기능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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