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부인은 「정치」에 소극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화여대 정치외교학회(지도교수 진덕규)가 최근 「한국 정치지도자의 가족 관계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 우리 나라 정치 지도자의 속성과 지도자 부인의 사회 기여도 등이 밝혀졌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재계 등에 종사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의 부인 2백50명을 조사대상으로 한 이 조사내용을 살펴본다.
지도자 부인의 출신 지역은 서울 출신이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서울출신(18%)이 가장 적고 그 다음이 농촌(22%) ,중소도시의 출신(60%)이 제일 많았다.
교육정도는 대학출신이 전체의 95∼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가의 부인들이 보여주는 것과 달리 가정에서는 학력과 관계없이 대체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가정에서 정치이야기를 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화를 하지 않는다가 64%로 이야기한다(31.2%)의 2배 정도를 차지한다.
지도자의 가정에서도 일반 가정에서처럼 남편이 바깥일을 집안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부인도 남편의 일에 무관심한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이런 경향은 중요한 정치문제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문제를 결정할 때 관계하지 않는다가 44%이고 협의한다와 단순히 이야기만 듣는다가 합쳐 54%이다.
그러나 부인의 학력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부인의 정치 참여도는 높다. 대학출신의 부인들 중 41%가 정책결정에 협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30세 이하의 여성은 모두 남편과 정치이야기를 한다고 대답한다.
이런 정치 참여도에 비해 정치 문제에 관한 인식도는 보다 높고 적극적이다.
정치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매개체인 신문에서 정치면을 관심있게 본다가 58%, 사회면이 18%를 차지한다. 이런 정치의식은 적극적으로 남편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는(54%) 태도로 표현되기도 하고 「스크랩」은 하지 않더라도 읽는다(34%)는 수가 압도적이다.
남편의 직업인 정치가를 보는 견해는 비교적 비판적인 편이다. 지도자나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 개인의 목적이나 이익의 추구를 떠나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라는 견해가 65.6%이다. 또 자녀가 정치가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입법부의 부인들 중 26%만이 원한다는 반응을 보인데 반해 사법부는 55%, 재계는 73%가 원한다고 답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도자 부인의 사회 기여도는 28%만이 단체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72%가 집안 일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