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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한국학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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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과 소련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하여 대단히 부진하다. 그것은 한국이 19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쇄국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한반도에 있어서 러시아를 포함한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싸움은 러시아에 있어서의 한국 연구에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1900년을 전후한 당시의 러시아 외교관·지리학자 및 그 밖의 학자들이 행한 한국연구의 공헌은 지대하다. 폐쇄된 이조사회였던 만큼 러시아는 그 때 저명한 학자와 탐험가를 마련했고, 이 한국탐험은 한국연구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한국탐험 초기의 성과로 3권의 백과사전적 저서인 「N·Y·비취린」의 한국지(l900년) N·V·큐네르의『한국개관』(2권·1912년), 그리고 「비취린」이 20여년 전에 간행한 『고대중앙「아시아」거주 제민족 자료집』은 특히 유명한 것이다.
그러나 1917년 혁명이전의 한국연구는 러시아 동양학의 일부분으로서 였다. 즉 구체적으로 역사라든가 경제 및 기타분야에 관한 독립된 연구가 아니라 그대로 전체 한국이란 관심아래 불충분하게 다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휴머니즘과 한국민에 대하여 동정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그들 학자들의 제작물은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혁명이후 재출발한 소련의 한국연구는 필연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30년대까지의 시기에 있어 한국연구의 특징은 비록 전체 한국이라는 종래의 경향을 답습하고 있었지만 잡지와 팸풀리트를 한국인의 독립운동·노동조건·경제와 농업·일제의 식민정책 등에 관하여 정기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여 한국연구자 훈련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2차대전 후 소련의 동양학자들은 한국의 다방면에 걸쳐 사회적·경제적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는 긴급 과제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문가를 양성치 않으면 안 되었으며,그 계획이 56년까지의 사이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실제 활동에 종사하게 된 전문가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의 교육기관 출신. 여기에 덧붙여 과학연구원은 소련과학 아카데미, 모스크바 및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양성됐다.
이들은 종래의 자료를 버리지 않고 도리어 종합적으로 이용, 51년∼56년에 『조선』이라는 논문집을 최초로 출간했다. I·V·크라프초프 등 수명에 의해 작성된 이 소개서는 역사·경제·지리·언어에 걸처 소련국민에게 총괄해 소개해 준 최초의 시도였다.
이어 56년부터 66년까지의 10년간은 한국 연구에 가장 실적을 올린 기간이다. 이 기간에 수백 편의 논문과 40책 이상의 책이 발간됐다. 그밖에도 한국 문제를 취급한 40명 이상의 석사 및 박사논문이 제출됐다. 그래서 1956년은 소련에 있어 한국학 발전의 새 전기가 됐다. 이 단계는 범위가 보다 폭넓어 졌음은 물론, 문제의 분석이 심화하고 연구대상의 연대도 매우 광범해져 한국에 관한 연구활동은 오늘날까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고대사와 중세사, 근세사와 현대사, 경제·언어·문학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경제에 관한 많은 저자들은 중요한 개개의 문제들을 취급하고 있으며 그들의 서적과 논문이 타국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음을 보아도 소련의 한국학이 얼마나 발전되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다.
역사·경제 분야의 연구와 더불어 언어·문학에 관한 연구는 전후에 비롯되었다. 1945년 모스크바 동양대학, 레닌그라드 대학 동양학부, 기타 교육기관에 한국어과가 설치됐다. 그리고 51년에 『한국사전』과 『노한사전』및 『한국어문법개요』둥 기본적인 저술이 간행됐다.
뿐만 아니라 유능한 언어학자 U·N·마쥐르의 『한국어의 곡용』(62), E·K·구세바의 『현대한국어의 애스펙트 체계(61), L·V·N·콜스키의『한국어의 보조적 단어(62) 등도 특수 언어학적 주요저서이다.
문학분야의 연구가 본격화 한 것은 65년께부터로 논문집과 번역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고대 소설로『구운몽』『쌍釧기봉』이 소개되었고 현대소설도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한국 고전 산문학』『중세 한국 소설집』등 번역물이 있다. <『한』 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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