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한 대의원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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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운동이 8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8일 각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선거구·기호·사진·주소·성명·연령·학력·경력 등이 기재된 벽보를 작성, 첩부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선거에서 단 한차례 후보자가 유권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합동연설회도 이미 시작됐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법은 벽보, 선거공보의 발행, 합동연설회 등 3가지 방법 이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벽보 및 공보의 작성비용과 합동연설회의 개최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토록 하는 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선거법은 엄격히 준수한다고 하면, 돈 안쓰는 깨끗한 공명선거가 구현될 것이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법이 철저한 공영제를 채택한 까닭은 지난날의 경험에 비추어 사영제가 선거의 부패·타락을 한없이 부채질해온 선거공해를 일소하기 위해서이다.
지난날의 선거는 대를 거듭할수록 부패하여 흡사 선거가 「금품에 의한 당선입찰경쟁」 과도 같은 양상을 띠었고 이 때문에 「막걸리선거」, 「먹자판 선거」, 「선심경쟁선거」라는 불미한 말도 생겨났다.
유신헌법 하 최초로 실시되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는 이 헌법이 제정된 경위로 보아서나 완전 공영제를 채택한 취지로 보아서나 반드시 모범적인 공명선거가 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러한 객관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선거법을 어기고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하거나 혹은 기타의 방법으로 타락선거를 자행하려다가 입건된 자가 속출하고 있음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지난날의 그릇된 선거관념의 타성이 입후보자로 하여금 법망을 뚫게 하고 있는 것이요, 또 선거라면 으례 향응을 받고 금품을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타락된 생각이 유권자로 하여금 공명선거를 해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아무리 엄중하게 선거사범을 다스린다 하더라도 선거를 치르는 입후보자나 유권자들의 선거관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깨끗한 선거는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대통령을 선거하고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선거하여 통일에 관한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국가의 정상기구이다. 그래서 그 대의원은 통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주권의 행사를 수임 받는 자로서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회의수당과 여비만을 받는 순수한 명예직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는 우선 몸가짐을 바로 잡고, 선거법을 엄수하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나가야 한다. 입후보자는 대의원이 명예직이니 만큼 당선이 되도 좋고, 낙선이 되도 좋다는 담담한 심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요. 투표자들은 높은 정치적 관심을 갖되 일절 사감을 버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성실한 마음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대의원으로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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