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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종전 앞두고 미·월맹 장비수송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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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이공=신상갑특파원】월남휴전에 대비해서 미국과 월맹이 지난 10월 하순부터 서둘러온 각종군사장비의 월남 내 수송작전이 이제 거의 끝났다. 미국은 원래 73년 말까지로 예정된 월남화 계획을 1년간 앞당겨 지난 11월 말로써 「월남군을 위한 비상장비 강화계획」을 일단락 지은 것이다. 미국의 이런 계획을 신랄하게 비난해온 월맹도 미국의 북폭상한선이 북위20도선으로 제한된 것을 십분 이용하여 비무장지대와 호지명통로를 통해 월남 내에 장비를 공급해왔다.
미국의 경우 아직 약간의 장비에 있어서는 양도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티우」월남정부의 자체방위력증강에 최대의 성의를 표시한 셈이며 이는 미·월맹간의 종전안에 대한 「티우」의 반대를 상당히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약 한 달 동안의 긴급장비지원작전으로 월남측에 각종 항공기와 「헬리컴터」 등 6백 여대를 양도하여 월남의 공군력을 세계 제10위에서 일약 3∼4위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약3억「달러」어치로 추산되는 항공기들의 내용을 보면 F5「제트」기 1백20대, A37경공격폭격기 약90대, UH1「헬리콥터」 약2백80대, C130 수송기 32대, A1「프로펠러」추진폭격기 약30대, ACl19 「건쉽」 20여대 및 기타 전자전기와 관측기로 구성돼 있다.
이로써 월남공군은 약1천9백대라는 막강한 힘을 보유하게된 것이다.
한편 월맹은 중공항구에 내려놓은 소련 및 기타 공산국가로부터의 전략물자를 미국의 북폭이 제한된 기회를 최대한으로 이용, 월맹안에 집결시켰다. 그리고 이 물자는 다시 비무장지대와 호지명 통로를 통하여 월남내공산기지로 침투시켜왔다.
월맹은 비무장지대 바로 북쪽에도 상당한 양의 장비를 축적하고 있는 듯하며 건계에 접어든 「라오스」안의 호지명 통로를 이용, 월남의 제2·제3·제4군구로 병력과 장비를 계속 침투시키고 있다고 미국 측 정보소식통이 전했다.
미국과 월맹이 이처럼 장비강화를 서두른 것은 「키신저」-「토」간의 종전안 때문이다. 이 종전안은 휴전발효 후에는 어느 쪽도 폐품 또는 파손된 장비의 보충 이상의 장비도입을 금한다는 강제규정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 휴전안은 또 휴전 후 미군이 완전철수 하도록 못박고 있다. 일부 보도는 미국이 이와 같은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인고문단을 신설할지도 모른다고 전하고 있으나 미국정부는 이를 부인하고있다.
공산측은 벌써부터 민간인고문단 설치 문제를 「위장된 미군잔류」라고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미국이 민간고문단을 둘 것인가, 그리고 두는 경우 어떤 임무를 맡길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 기자와 친한 한 월남관리는 「라오스」나 「캄보디아」에 있는 소규모의 미국민간고문단과 같은 성격의 것이 신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현지의 한 미군장교는 미군이 떠난 다음에도 어떤 형태로든 군사정비공급관리단이 있어야 할 것은 월남의 현실에 비추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파리」비밀회담에서 이 문제에 관해 어떤 결말이 나올 것으로 보고있었다. 현재 「라오스」에서는 미국중앙정보국(CIA)와의 계약 하에 「에어·아메리카」가 여러 가지 비밀활동을 지원하고있다. 「캄보디아」에는 미국민간고문단(77명)이 「캄보디아」군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실 현 여건으로 보아서는 월남군의 훈련, 장비조작법교습을 위해 미국인이 꼭 있어야 할 형편이다. 예를 들면 월남공군에는 이번에 양도한 C130 수송기를 다룰 조종사나 정비사가 한사람도 없는 것이다. 물론 미국 내에서 월남인 조종사와 정비사를 양성중이고 휴전 후에도 훈련계획이 계속되겠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안은 미국무성이나 국방성과 계약한 민간사회가 예비역군인 중에서 민간 고문단을 고용하여 이들이 월남군을 위해 고문역할을 하는 안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월미국대사도 일절 함구령을 내리고 있고 「파리」비밀회담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 문제인 만큼 짙은 비밀의 장막에 가려있다. 일부 민간고문단이「사이공」에 이미 도착하여 미·월남 측과 협의 중이란 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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