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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 뛰어나 가속 때도 엔진·노면 소음 잘 못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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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신형 제네시스에는 차량 실내의 온도·습도를 파악해 자동으로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스마트 공조시스템’,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량 트렁크 주변에 약 3초 이상 머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달 19일에 3500대를 시작으로 이달 8일까지 9500여 대가 계약됐다. 하루 평균 475대 수준이다. 2007년 12월 사전계약을 받았던 구형 제네시스가 20일 동안 3000여 대 계약 성적을 가진 데 비하면 신형의 돌풍은 매섭다.

 뜨거운 관심은 고객 시승행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청담동의 비욘드뮤지엄과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인포레에서 열린 시승행사에 많은 고객이 관심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J-car 컨슈머리포트 심사위원인 김기범 중앙일보 객원기자, 장진택 카미디어 대표와 함께 신형 제네시스를 시승했다. 10여 분간 청담동 주변을 타보는 데 그쳐 세세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차량으로 느껴진다”는 평이 나왔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멋 부리지 않았지만 멋있는 차’라는 인상이다. 장진택 대표는 “과거에는 특징적 디자인을 넣으려고 하거나 역동성을 주기 위해 과한 곡선을 사용했다면 신형은 비례를 중시해 균형 잡힌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차체의 골격이나 옆선, 앞면 그릴 등이 모두 정갈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고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곳곳에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최초로 적용한 차량’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내부의 가죽시트나 문·운전대 등 실내도 최상급 소재를 썼다. 운전석의 디스플레이가 넓어져 보기 편하고 스위치 수가 적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김기범 객원기자는 “뒷좌석도 기존 제네시스보다 훨씬 넓고 등받이 기울기 조절, 열선과 통풍 등이 에쿠스 부럽지 않게 호화롭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차와 겨뤄도 손색없는 소재와 조립품질을 뽐내는 반면 수동 햇빛 가리개는 아쉽다”고 덧붙였다. 옵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구성요소들이 많아 산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으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없이 운전을 돕는다는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뒷좌석 전용 모니터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준을 적용하면 좀 더 얇게 만들 수 있었을 것”(장진택)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10분의 짧은 주행에서 가장 몸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소음 잡는 데는 도가 텄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가속 시에도 엔진과 노면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엔진 소리를 너무 많이 잡아서 급가속 시 엔진이 입을 틀어막고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것 같다”는 평이 있었다. 소음 부분은 경쟁 차종인 BMW 5시리즈가 편안한 스포티 세단인 데 반해 신형 제네시스는 럭셔리 세단에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 차량으로 성격이 다른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세 번의 코너링에서 차체 뒷부분이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감싸고 돌았다. 이전보다 차체가 단단해졌다는 칭찬도 있었다. 차체의 무게가 늘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단단하게 만들려고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다만 단단하고 안전한 차로 만들기 위해 강판을 너무 많이 쓴 것은 연비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초고장력 강판의 적용 비율을 51.5%까지 늘리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 부위를 123m로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차체 무게가 경쟁 모델에 비해 최대 290kg 무겁고 연비도 3.3L(2륜 기준) 모델은 9.0~9.4㎞/L, 3.8L 차량은 9.0㎞/L로 1~2㎞/L 이상 낮다. BMW528i의 연비는 11.7㎞/L, 벤츠 E300은 10.3㎞/L 수준이다.

 엔진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기존 엔진에서 최대 출력을 떨어뜨린 대신 토크를 더 많이 낼 수 있게 실용적으로 튜닝했다는 점은 좋으나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터보를 달아 출력을 높이는 대신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 엔진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보다 뒤처졌다는 느낌이다. 김기범 객원기자는 “디젤과 하이브리드, 다운사이징 엔진 없는 라인업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며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제외하면 정작 움직임을 좌우할 파워트레인에 눈에 띄는 혁신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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