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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과잉방임·엄마의 과잉보호로 도시상류가정의 동심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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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른바 도시「현대」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외롭고 불안감에 싸여있는 제2의 문제아로 등장하고 있다는 색다른 한 교수의 연구논문이 발표돼 자녀 교육에 새로운 경종을 올리고 있다.
이 이색연구 논문을 발표한 이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신경과 이시형 교수(38).
이 교수는 이 연구논문에서 도시의 이른바 「현대」가정 자녀들이 아버지를 보는 시간과 아버지의 정을 느끼는 시간이 계속 줄고 있는 가운데 언제나 어머니의 감시·감독에만 얽매어 가정의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항상 불안한 상태에서 초조감에 들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논문의 앞머리에서 이 같은 오늘날 도시 가정에서의 모순을 없애고 『가장 한국적인 가정을 만들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인간 교육을 시키려면 회초리를 든 아버지 중심주의로 토착화 돼야 한다』고 결론 짓고 있다.
이 교수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가정은 월 평균 수입이 20만원 이상 되는 대구 시내의 40대 학사부부 가정 16가구. 2년 동안에 걸쳐 가정방문 형식의 조사방법으로 정신의학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이 교수는 옛날에는 모든 가정이 자녀 교육을 아버지 중심으로 해 자녀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회초리를 들고 매질을 하면서 왜 매를 맞아야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엄하게 꾸짖었으나 오늘날에는 이 같은 교육방법이 없어져 가고 있다고 들고 있다.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가 맡고, 부모가 모두 자녀들의 잘못을 꾸짖기 보단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거나 논리적인 방법으로 타일러 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그대로 내버려두기 일수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서구식 가정교육 방법을 닮아가는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나 자녀들은 매질을 않는 아버지를 친구처럼 대하는 습관이 생기고 가능하다면 부모가 무관심하게 내버려두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녀들의 성장기 교육을 어머니가 도맡고 있어 자녀들의 부모관에도 큰 혼란이 일고 있다는 것.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으면 달래 주던 옛날의 어머니는 정을 가르치면서도 매를 드는 이중 역할을 맡아 아버지는 「친구」, 어머니는 매를 때리는 「무서운 사람」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대목에서 자녀 교육에 따른 갖가지 생활양식이 너무 어머니 중심이 돼있다는 점을 특히 환기시키고 있다.
대상자 전 가구 중 자녀들의 담임선생 이름을 아는 아버지는 하나도 없었고 학교 위치마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할 만큼 아버지들이 자녀 교육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또 사회조직상으로 보아도 옛날에는 기성회니 학부형회 등 아버지 중심의 조직으로 학교와 가정이 연결됐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이름부터 자모회 어머니회 등으로 바뀌어 아버지들이 학교와 접촉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정서적으로 키우려는 성의보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무조건 자식에게 거는 욕심을 부리고, 화가 치밀 때면 『애지중지 키워도 말짱 헛거다』식으로 푸념을 털어놓아 자녀들의 성격을 비뚤어지게 하기도 한다고 들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가정이 부유한 층의 자녀일수록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차있고 그 밖의 필요한 것도 요구만 하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돈만 있으면 구태여 노력하지 않고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 뿌리 박히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어린이의 경우는 모든 일에 애착심이 없이 스스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창의력도 전혀 발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의할 점은 이 같은 어린이가 자기 욕심대로 되지 않을 때는 신경질적으로 성질이 폭발, 난폭해져 나쁜 짓도 서슴없이 해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여러 현상이 깊어지면 질수록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는커녕 정신분열증 환자로 만드는 결과밖에 남을 것이 없다고 들고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가치에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식들은 자식대로 부모와 분리시켜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무턱대고 받아들인 서구식 교육방법도 아직은 우리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을 부모들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회초리를 든 아버지에, 이를 말리고 정을 주는 어머니가 있는 아버지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로 기술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교수는 결론짓고 있다. <대구=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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