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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주권 대열』|국민투표 실시된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유신헌법에 대한 국민의 귀중한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가 21일 상오 7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었다. 이날 전국은 중부지방의 최저 영하6도3분의 추운 날씨가 밀어닥친 가운데 유권자 1천5백67만6천3백95명이 곳곳에 마련된 전국 1만4백2개의 투표소에 나가 자신의 뜻을 한 표의 투표로 주권행사를 했다. 공휴일인 이날 날씨는 대체로 맑았으나 기온이 낮아 아침에는 투표소에 나와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으나 하오부터는 투표소마다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투표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투표소마다에는 각 지구별 선관위가 추천한 4명의 참관인이 2명씩 교대로 투표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날 치안국은 전국 경찰의 경비를 강화, 투표소와 개표소의 경비태세에 만전을 기하여 국민들이 자유롭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홍차와 스토브 마련 「새마을 어머니」회>
서울 마포구 아현l동 제3투표구에는 투표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상오 6시부터 아현1동 새마을어머니회부회장 오인숙씨(36) 등 5명의 의원들이 석유「스토브」와 뜨거운 홍차를 입구에 마련하고 줄지어 선 유귄자들의 언 몸을 녹여주었다.
이곳의 첫 투표자는 우유배달부 임정규씨(40).
2백여 병의 우유를 배달하고 투표소에 나온 임씨는 『새벽 일찍 제일 먼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듯 나의 신성한 한 표를 제일먼저 행사했다』고 말했다.

<미결수들도 한 표>교도소
전국 교도소에 수감중인 푸른 수의의 재소자들도 유신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했다.
전국 교도소의 재소자중 소년범과 기결수를 제외한 1만4천여명의 미결 재소자들은 부재자투표 대상자로서 신고되어 투표일인 21일 4, 5일 전에 교도소별로 마련된 기표소에서 투표, 재소자들의 거주지 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이 끝났다.
법무부의 한 교정 당국자는 재소자들의 부재자투표 신고인원 중 6명만이 기권했을 뿐 모두가 투표를 했다고 밝히고 1만4천여명 중 거주지를 허위로 대어 반송되어 온 것과 신고 후 형이 확정되거나 무죄·집행유예·구속취소 등으로 출소한 사람을 제외하면 투표자의 50%가 완전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휠·체어」에 몸 싣고>병원
적십자병원 2병동 223호실의 연창득씨(45·경기도 부천군 소사읍)는 척추신경장애로 4년1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있는 장기 입원자.
작년 대통령·국회의원선거 때는 「엠뷸런스」를 타고 투표장에 나가 주권을 행사했었다.
연씨는 이번 국민투표에도 이날 하오쯤 날씨가 풀리면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근처 인창고등학교에 투표를 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짝지어>농촌
농촌의 유권자들도 이날 아침 일찍부터 새마을사업으로 넓혀진 농로를 따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투표소를 향하기 시작, 대부분의 투표소는 상오 9시부터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의 긴 행렬을 이뤘다.
경기도 화성군 반월면 사사리 양촌부락의 진봉선 할머니(61) 등 주민 10여명은 이날 아침7시쯤 최신규씨(37·농업)의 우마차를 빌어타고 2㎞ 떨어진 당수국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면서 『나 같은 늙은이가 뭘 아나. 잘 살자고 한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투표했다.

<텅빈 「호텔」·여관>
【경주】경주시내 26개 일반여관 및 숙박업소는 국민투표로 숙박객이 한사람도 없이 텅텅 비었으며 경주관광「호텔」과 불국사관광「호텔」에만 외국인 43명, 신혼부부 18쌍이 묵고 있을 뿐이다.
불국사관광「호텔」에 들어 있던 신혼부부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구기동166 도창렬씨(34) 부부는 투표를 위해 신혼여행일정을 당겨 21일 아침 서울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강태공들도 대열에
【부산】상오 7시부터 부산시내 8개 선거구 5백34개 투표소에서도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부산시의 투표인수는 전체인구 1백83만3천3명의 51.44%인 96만8천3백83명.
이날 부산지방의 날씨는 최저0도3분으로 평년보다 6도3분이 낮은 쌀쌀한 날씨였으나 유권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 앞에 줄을 지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갔는데 줄 선 사람들 가운데는 등산복차림이나 낚싯대를 든 사람도 많아 이들은 일찍 투표를 끝내고 등산이나 낚시를 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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