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입관세율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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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정부는 며칠 전 「엥」화의 재절상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서 l천8백여 종목에 달하는 수입품의 관세율을 20% 인하해서 명 22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번 조치에 해당되는 것은 품목수가 1천8백65개나 되므로 외관상의 대상품목 수는 상당히 많은 것 같지만, 기실 총수입품목수에서 차지하는 이 품목들의 비율은 불과 몇%에 지나지 않는다. 또 관세율의 20%인하도 얼른 보기에는 큰 것 같지만, 종전 관세율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므로 관세율인하가 이들 수입상품의 일본국내시세를 하락시키는 효과도 그리 클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관세율은 예를 들면 TV·「레이다」시설 등이 16%, 「카메라」 6%, 자동차 8%, 주류 28%, 「브러지어」 16%가 될 것이라 하는데 이로써 미루어 본다면 실제 관세율은 1「포인트」내지 5「포인트」가 인하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 인하되는 상품의 일본 내 판매가격은 4% 내지 0.9%정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보아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이처럼 가격인하 효과가 적기 때문에 일본당국에서도 이번 관세율인하 조치로 늘어날 73년도의 수입규모는 3억「달러」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국내경기진작정책을 위시해서 무역관리령의 시행 등 방법이 병용되는 것이므로 이들 제정책의 종합효과가 파생되어 일본의 국제수지는 어느 정도 조정될 수는 있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반정책이 「엥」화의 재절상을 궁극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만은 숨길 수 없다.
우선 경기진작정책을 계속하기에는 많은 애로가 있어 이를 통한 수입증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일본경제의 실정이다.
일본의 도매물상지수는 올해 들어 급속히 상승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금융 면에서의 확장이 제약돼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문제가 벌써 제기되고있다. 그러므로 경기진작정책은 벌써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해서 큰 잘못은 아니라 하겠다.
다음으로, 일본 경제의 구조적 특질로 보아 수출을 자제함으로써 국제수지흑자 폭을 줄여갈 전망도 과히 밝지는 못하다. 일본경제는 수출이 정체할 때 심각한 불황을 겪어야 하는 구조적 특질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조정하여 국내수요환기를 통한 경기진작을 기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국내수요환기를 통해서 경기를 진작시키려면 분배율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는 일본의 임금상승·국제경쟁력약화라는 허점을 제기시키는 것이므로 그다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일본의 국제수지를 균형화 할 적정환율은 「달러」당 2백50원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므로 일본의 평균수입 「코스트」인하효과에 1%도 기여하지 못할 이번 관세율인하조치가 실질적인 국제수지조정효과를 파생시키며 동시에 「엥」화의 재절상을 막아 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일본경제의 실정을 이와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이번의 관세율인하 조치는 단순한 「제스처」이상의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겠으며, 때문에 「엥」화의 재절상 문제는 여전히 우리로서는 주시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일본경제에 대한 의존률이 계속 커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엥」화의 재절상문제를 충분히 대처해 나가지 않는다면 불측의 교란요인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은 특히 이점 세심하게 관찰하기를 바라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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