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등 내정 안팎] '康법무 案'대로 검찰요직 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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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 전 검찰총장에 이은 검찰 수뇌부의 잇따른 사퇴 움직임으로 후속 검찰 간부 인사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사상 최대의 물갈이 성격을 띠게 됐다.

金전총장의 한 기수 후배인 송광수(宋光洙.사시 13회) 대구고검장이 후임 총장으로 내정된데다 대검차장과 서울지검장 등 핵심 요직에 사시 15회와 사시 16회가 기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서열 파괴 인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장 내정자의 동기인 사시 13회뿐 아니라 요직에서 배제되는 사시 14~15회 간부들의 연쇄 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9일 평검사와의 토론회에서 밝힌 "구시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을 빨리 교체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간부 내정=宋고검장의 내정은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10일 오후 "후임 총장은 내부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모시려고 한다. 내부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부터 감지됐다.

宋고검장은 파문을 몰고온 이번 인사안에서 검찰 2인자인 대검차장으로 이미 내정됐었다. 내부 인사 기용이 확정된 이상 宋고검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긍할 수 없는 인물이 오면 그냥 있지 않겠다"는 검찰내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무리하게 외부 출신을 고집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두고 인물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宋고검장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수사분야보다 기획분야에서 오래 근무해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 선택"으로 宋고검장을 꼽았다.

대검차장에 호남 출신의 김종빈(金鍾彬.사시 15회) 대검 중수부장이 내정된 것은 총장에 내정된 宋고검장이 영남 출신인데 따른 균형 맞추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당초 康장관의 인사안에서 金부장과 함께 고검장 승진 대상이었던 정홍원(鄭烘原.사시 14회) 부산지검장은 부산 출신인 관계로 선임 고검장이 가는 법무연수원장에 낙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검장에 기용된 정진규(鄭鎭圭.사시 15회) 인천지검장이나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지검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서영제(徐永濟.사시 16회) 청주지검장도 모두 康장관이 생각하던 중용 대상이었다.

鄭검사장이 서울 출신, 徐검사장이 충남 출신인 것을 볼때 청와대와 康장관이 서열 파괴와 함께 지역 안배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여 자리 승진 인사 예상=총장 동기들이 모두 퇴진한다고 가정할 때 이미 사표를 제출한 사시 14회의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자리만 10개가 빈다.

여기에 요직에서 배제되거나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시 14회와 사시 15회 간부 10여명 중 상당수가 퇴진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부실 수사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 ▶고위층과의 부적절한 접촉 등으로 문제가 된 간부들에 대해 추가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많으면 고검장.검사장 20여개 자리가 공석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전체 검사장급 이상 간부(41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이에 따라 신규 검사장 승진 대상자는 재경(在京) 지청장급인 사시 18~19회에다 차장검사급인 20~22회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 경우도 기수 순서 승진이 아니라 인물 중심의 발탁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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