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가주망」 10회 회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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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0대 중심의 「앙가주망」 유화 동인이 연 10번째의 회원전은 「그룹」의 이름이 표방한「대결」과는 달리 엉거주춤한 답보 상태이다. 뚜렷한 방향 감각이나 성과가 이렇다 하게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저 연례 행사로 가진 것이라 할까.
그중 이색적인 회원은 장욱진 화백. 대부분의 회원이 서울대 미대 출신인 까닭에 그 스승이 젊은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하여 여기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장 화백은 작품을 전혀 발표 못 하던 수년전에 비하여 「앙가주망」파의 활동을 통해 확실히 재기의 면모를 보인다. 어둡던 화면도 한결 밝아지고 또 정돈돼 가는 느낌이다.
착실하게 자기 수준을 굳혀 가고 있는 것은 최경한씨. 이번에도 역시 가장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이만익씨는 「남사당」이라는 「시니컬」하고 「유모러스」한 새 소재를 찾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사당패의 세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태작이 됐다.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누비던 그들의 희비가 냉큼 떠오르지 않으며 의상이 더욱 어설픈 광경을 빚어냈다.
안재후씨는 그의 장기인 「데상」력이 배색의 처리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김정씨의 아기자기한 「테마」는 소품 위주에 그치고 만 느낌이다. 지난해 인물을 내놓았던 민병목씨는 방향을 반대로 바꿔 추상을 내놓았는데 자신 없는 시도작의 출품이고, 박근자씨가 탐색하는 「초혼」 (무속)의 세계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
「앙가주망」을 표방하는 이 그룹이 지금의 안이한 제작 태도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7일∼12일·신세계 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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