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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생일 앞두고 입원한「앙드레·말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11월 3일 71회 생일을 맞는「프랑스」의 위대한 작가「앙드레·말로」옹이 지난 10월 19일 갑자기 가명으로「파리」의 한 병원에 입원, 『혹시 그의 죽음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자아내는 등 한때 이곳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23일 퇴원했지만 그의 고통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는 그의 입원이「P·H·시몽」과「앙리·드·몽테룰랑」의 죽음 직후에 온 것이라 상당히 충격적인「뉴스」가 된 듯하며 이번에도「노벨」문학상후보에 올랐다가 월계관이 독일의「하인리히·뵐」에게 돌아가자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병고로 인한 심각한 고통은 받은 일이 거의 없었으나 68년 5월부터 그의 고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69년 4월 국민투표이후「드골」의 은퇴는 그에게 심각한 충격을 안겨주어 그의 건강은 날마다 악화돼 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69년「크리스마스·이브」에는 그가 열렬히 사랑했던 여류작가「루이즈·드·빌모렝」여사가 그의 곁에서 자취를 감추자 그의 실망은 컸고 70년 11월「드골」의 사거는 그의 건강을 결정적으로 나쁘게 한 요인이 되었다고 그의 측근은 말하고 있다.
그는「드골」의 은퇴이후 주치의의 경고를 여러 번 받은바있으나「세계사 속의 한 증인」이 되겠다는 행동의 정열이 항상 이「경고」를 이겨내게 했다는 것이다 .좋은 예로 얼마 전 그는「방글라데시」의 독립투쟁을 위해 가담, 개인적으로 싸우겠다고 선언한 일도 있으며 지난 연초에는 중공문제 분석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듣고싶어하는「닉슨」대통령의 개인적 초대에 응해「워싱턴」으로 날아간 일도 있었다.
그는 최근에「시몬·드·보봐르」여사로부터「노벨」문학상 후보작에 올랐던 그의『반 회고록』의 내용이『과장이 가득 찼다』고 공격받았다. 「보봐르」여사는 지난 9월 하순에 출판, 현재「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작품『따져봐야 할 모든 것』에서『그는(앙드레·말로)항상 다른 것을 생각해야했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나?「카이로」에서「멕시코」와「과테말라」를 생각한다.
모택동 앞에서 그는「트로츠키」와 중국황제를 생각한다. 만리장성 앞에서「베즈레이」를 생각하고「뉴델리」에서「바빌론」의 정원을 생각한다…. 허위의 가장 교활한 형식- 그것은 꼭 해야 할 말의 생략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곤란한 그의 인생의 순간과 행동, 말을 말라지 않는다』고 그를 비난했다.
「보봐르」여사의 공격과「노벨」문학상에서의 낙선, 그것이 그에게 또 하나의 고통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른다고 어떤「파리장」은 풀이하기도 한다. 그가 입원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파리」교외「에손」, 「에스티엔」로 2번지 그의 저택에 몰려들어 병명을 물었다.
그의 측근은 그가『긴급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분의 연령상태로 보아 아무런 특별한 이상도 아닌 종합진단을 받고 있다』고 말해 더욱 궁금증을 품게 했다.『그는 행동을 사랑했고 예술을 사랑했다. 그러나「말로」의「드라마」는 형이상학적이다. 그의 작품은「신 없는 인간」의 고뇌를, 또 인간조건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투시하고 정상화하고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운명과 대결하는 투쟁이다』라고「퐁피두」대통령이 말했지만 이제 그도 죽음, 운명과의 대결에서 손을 떼는 것이나 아닌지… 많은 그의 독자들은 깊은 수심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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