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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위대한 영혼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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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대한 영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그는 남아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정신적 지주였다. 가혹한 흑백 인종차별 국가에서 태어나 차별정책 폐지를 추진하다가 27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했다. 그런데도 그는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자신과 흑인들을 탄압한 백인들을 용서했다. 이런 행보는 인류 역사에 위대한 족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세기 계층 간, 인종 간, 국가 간 지배·피지배 관계를 형성했던 많은 국가들이 ‘혁명’을 거쳤다. 새롭게 독립한 나라들이거나 민주화된 많은 나라들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벌어진 ‘인종청소’를 상기해보라.

 남아공 역시 가혹한 인종차별 정책을 폈던 백인정권에 대해 다수 흑인들에 의한 참혹한 보복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만델라는 용서와 화해를 부르짖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는 그의 흑백 화해 정책 덕분에 남아공은 상대적으로 큰 혼란을 겪지 않고 발전할 수 있었다. 나아가 ‘만델라 방식’은 남미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에서 전범(典範)으로 이어졌고 이들 국가도 ‘혁명’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의 용서와 화해 행보는 평범한 사람들로선 도저히 따르기 어려운 정도였다. 집권한 뒤 첫 부통령에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임명했으며 흑백차별정책의 정보책임자와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를 대통령관저에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다. 투옥됐던 감옥의 교도소장을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실천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극심한 이념대결,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차이, 세대 간·계층 간 의사소통의 단절이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만델라가 서거한 날 우리 모두 그가 남긴 ‘위대한 화합의 정신’을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 남아공의 흑인들은 만델라를 뒤따라 자신들을 짓밟았던 백인들조차 용서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