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인형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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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출이나 관광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형 공예는 요 근래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는 상업 분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작가들 자신도 높은 예술성보다는 시장성에 눈을 돌려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은 전문 분야로서의 전문「코스」로 대학이나 사회에서 뚜렷한 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외국에서 수업한 사람들이나 몇몇 원로들에게 개인적으로 사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 여성은 선자옥·홍사나·이순봉·김정언씨 등 10여명 정도로 이들은 개인 작업장을 두고 개인적으로 후진도 양성하고 있다. 물론 활동의 대부분이 작품 제작으로 외국 수출이나 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리고 취미나 부업으로 인삼 공예에 나선 여성도 상당한 수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인형을 만들어 왔던 이순봉씨는 현재 인형 작가들이 거의 생활의 방편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형 자체가 의례 보존되는 예술성보다는 일시적인 장식용·애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인형 공예는 만들 때 온힘을 쏟는 기쁨이 무엇보다 크다』고 말한다.
「정성 들어 만든 작품이 얼굴과 표정을 갖고 있는 인형이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안겨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의 보람을 맛본다』는 이 여사는 인형이 특히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정서교육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어 작가들의 생각 있는 창작 태도를 아쉬워했다.
몇 개월 기술 습득으로 아무렇게나 겉만 비슷한 인형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색조와 수법이 어린이들에게 미적 감각과 꿈을 키워 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재료가 다양해지고 장식 도구가 많아진 것도 이렇게 새로운 인형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헝겊(포)인형에서부터 「플라스틱」·석고·「모르」인형, 그리고 톱밥 인형까지도 등장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 인형의 옷과 「포즈」, 그리고 몸매까지도 변형이 계속되고 있다.
인형 작품의 개성은 「마스크」(얼굴모습)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리하여 인형 작가들은 이 얼굴만을 그리고 떠내는 일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상과 색 조화·「포즈」·장식 등에도 한개 한개의 특성을 지니게 시리 한다.
이순봉씨는 『인형 하나 만들어 내기 위해선 모든 방면을 연구하고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각과 미술을 알아야 하며 옷「디자인」·바느질·머리「스타일」까지도 통달해야 된다.
그리고 무용과 역사·문학까지도 이해해야만 어느 시대, 어떤 「포즈」를 구상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것을 정확하게 알아 한국적 인형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 이 여사는 인형이 「말없는 문화사절」인만큼 우리의 표정과 민속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형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장식품들은 근래 많이 개발되어 상품으로 나오고 있다. 더욱이 폐품 이용 등 재료의 다양화가 작품의 개성인 만큼 작가들에겐 개척 분야가 넓은 셈이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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