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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 음악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음악 협회가 주최하는 서울 음악제는 이번이 네 번째가 된다. 이제는 연례 행사로서 자리를 잡고 정착해 가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 음악제는 작곡 계는 물론, 범 악단 적으로도 가장 큰 대표적인 행사로 되어 있다.
작곡 계의 의욕을 돋우고 창작 기교의 지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작품 위촉이나 발표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 여건으로서는 서울 음악제는 유일한 창작의 광장이요 그만큼 의의와 비중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연 사흘 동안 열린 이번 음악제에서 발표된 작품은 위촉과 심사 공모를 통한 가곡 7편, 합창곡7편, 실내악 곡 7편, 관현악 2편, 협주곡 1편, 교향곡 1편 등 모두 25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수준을 상회하는 질적 향상을 보여주었고 심사 과정에서도 현 시점의 한국 창작 계의 현황을 반영하는 수준 작들을 선정한 것으로 인정된다.
특히 실내악 작품들은 과히 국제적인 추세에서 뒤지지 않는 수작들이었는데 기교의 제약을 극복하고 자재 로운 독창성이 빚은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피아노」를 위한 정화』 (박준상 곡) 『「피아노」와 「바이얼린」을 위한 아가』 (최인찬 곡 ) 『9인의 주자를 위한 운무』 (나인용 곡) 「피아노」3중주』(최형덕 곡) 등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가곡들은 『낙화』 (김진균 곡) 『한국의 달』 (임우상 곡) 등 시정 짙은 작품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시성의 흐름과 억양에 충실치 못한 느낌이고 합창곡은 비교적 가작들에 속한다. 관현악 작품들은 새로운 수법은 아니지만 전통에 충실한 『관세음보살』(정윤주 곡) 의욕적인 『교성곡 바라』 (박재열 곡) 『비올라 협주곡』 (백병동 곡) 등이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관현악 법의 기교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제약이 느껴진다.
그러나 서구 전통에서 탈피하려는 고민과 한국적인 것을 기조로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연주는 음보의 성의가 미흡하지만 실내악과 가곡이 비교적 좋았고 관현악은 연습 부족. 예년보다 많은 청중이 동원되었으나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의 소외 속에 열린 서울 음악제의 기구와 운영에서 참여의 소지를 마련토록 노력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 김형주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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