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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마라도·홍도까지 포함 … 정부, 방공구역 확대 오늘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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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북아 3국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5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경기도 평택 미 오산 공군 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이어도와 마라도·홍도 상공을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안을 6일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내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회담 직후 국가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KADIZ 확대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종 발표는 주변국 통보 절차를 마친 후인 8일께 이뤄질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의 회담 자리에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해 정부의 KADIZ 확대안을 설명할 방침이다. 정부는 KADIZ 남쪽 지역을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장해 이어도·마라도·홍도 상공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중·일 동북아 3국의 방공식별구역 중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KADIZ 확대를 4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김 주한 미국대사의 요청으로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한·중·일 순방 후로 발표를 미뤄뒀다. 미국이 동북아 순방을 통해 새로운 묘수를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4일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자리에서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가 상호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어도뿐 아니라 마라도·홍도 인근 영공도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느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영공 지역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 있지만 과거와 달리 샌드위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던 유보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부가 방침을 바꾼 건 미국이 사실상 동아시아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위기관리’를 중심으로 한 장기과제로 전환시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 직후 “미국은 중국의 CADIZ를 불인정한다는 입장과 함께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선 CADIZ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CADIZ를 ‘핵심이익’으로 언급하며 물러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중국이 강경하게 나오자 미국이 동북아의 대립 심화를 우려해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바이든 부통령이 제안한 중·일 간의 ‘위기관리체제’안도 CADIZ를 사실상 묵인하되 위기를 관리할 최소한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중·일 등 주변국의 반발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직·간접적으로 KADIZ 확대 의사를 주변국에 밝혀 온 만큼 확대안 발표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강효백 교수는 “미국이 중재역을 자임하며 ADIZ 문제도 갈등관리로 들어가는 국면”이라며 “한·중·일 3국이 서로를 견제 중인 만큼 이번 기회가 해군과 공군의 합동작전이 가능하도록 KADIZ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원엽·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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