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듣기에, 눈빛 맞춰 줄 넘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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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울산 메아리학교에서 음악줄넘기 동아리 ‘에코씽씽’ 멤버들이 줄로 별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착착착착착…. 차자작. 착착.”

 매주 금요일이면 울산시 북구 중산동의 메아리학교 강당은 이 같은 소리로 가득 찬다. 7명의 학생이 빠른 댄스곡인 ‘압구정 날라리’에 맞춰 줄을 넘는 소리다. 일곱 개의 줄넘기 줄이 동시에 바닥과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음악과 줄넘기 소리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보는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아이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귀로 음악을 듣는 대신 스텝과 심장의 떨림을 기억하며 리듬을 탄다.

 특수학교인 메아리학교의 음악줄넘기 동아리 ‘에코씽씽’이 6일 제9회 청소년푸른성장대상을 받는다. 여성가족부·중앙일보·문화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청소년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공헌한 개인·단체·청소년에게 수여된다.

  동아리 멤버들은 모두 2급 이상의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인공 와우(달팽이관) 수술을 받거나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외부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들린다고 해도 미세한 박자는 잡지 못한다. 게다가 줄넘기처럼 뛰는 움직임이 많을 땐 이런 보조 장치를 하기조차 쉽지 않다.

 2006년 이 동아리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온 박정리(45·여) 교사는 “듣지 못해도 감칠맛 나는 리듬감을 살리는 데는 어느 누구 못지않다”며 “아이들은 음악을 마음으로 느끼고 서로의 눈빛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처음 줄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2단뛰기(쌩쌩이)조차 쉽지 않았다. 3분짜리 음악 한 곡을 익히려면 매일 연습한다고 해도 꼬박 한 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장애를 넘어섰다. 김률준(17)군은 한 달 만에 운동화가 해질 정도로 열심히 줄넘기를 익혔다. 1년 만에 체중이 15㎏이나 줄어든 김도영(17)양도 있었다. 이 동아리의 창단멤버인 임규(18)군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에코씽씽은 이미 울산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스타”가 됐다. 그간 여러 기관에서 초청을 받아 무대에 선 것만도 서른 번을 훌쩍 넘는다. 지난 가을에도 울산 이화중과 울산인터넷고 축제 때 원정공연을 했다. 전국대회를 포함해 각종 예술제 수상 경력도 열 칸을 채웠다.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겨룬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손운락(25) 메아리학교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을 정도”라며 웃었다.

울산=김혜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수상자 명단=▶개인: 채성태(문화공간 싹 대표)·오선희(서울시립중랑청소년수련관장) ▶단체: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SK해운 ▶청소년 개인: 김시은(울산 범서중)·허환(고양예고)·김미리(쌘뽈여중)·조승우(전남 신의초) ▶청소년 동아리: 반디(경남 거제)·청소년아웃리치자원봉사단(부산)·은하수노리단(경기 일산)·에코씽씽(울산)·유스굿윌가이드(서울)·주티(경기 부천)·소리나래(부산)·대구국제학교 R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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