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아파트 청약률 30대1 … 분양시장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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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비싼 3.3㎡당 3800만원대에 분양된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최고 46.2대 1, 평균 18.7대 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방문객들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대림산업]

# 분양가 29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29.5대 1. 4일 청약 접수한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다. 이날 386가구(전용면적 59~178㎡)를 대상으로 한 접수에 서울·수도권 1순위자 7227명이 몰려 경쟁률이 18.7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평균 3.3㎡당 3800만원대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이고 가구당 평균 10여억원이다.

 # 지난달 15일 울산시 우정혁신도시 KCC스위첸의 전용 84㎡형 38가구에 1순위자 3430명이 청약했다. 경쟁률이 평균 90.3대 1이었다. 모집 가구 수가 한 가구인 84㎡A형에는 1660명이 신청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달아올랐다.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는 단지가 잇따르고 청약경쟁률이 치솟았다. 분양시장 열기는 기존 주택시장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부동산114는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된 57개 아파트 중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가 14곳이었다고 5일 밝혔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4.1대 1이었고 7곳은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2만8000여 가구 모집에 총 13만여 명이 청약해 순위 내 경쟁률은 4.7대 1이었다. 1순위, 1~3순위 경쟁률 모두 올 들어 월별로 가장 높았다.

 위례신도시 등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청약 열기는 지방으로 번졌다. 최근 부산 사직동 사직롯데캐슬더클래식과 대구시 대봉동 태왕아너스가 1순위에서 각각 47.1대 1과 32.8대 1로 마감됐다. 지방 중소도시도 마찬가지로 경북 포항시 양덕동에 나온 양덕4차삼구트리니엔은 2.98대 1이었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그동안 주택시장 침체에 관망세를 보이던 대기 수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회복 기대감이 분양시장을 달군다. 실제로 8·28대책 이후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청약경쟁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여기다 연말까지인 양도세 감면 혜택 시한이 다가오면서 청약통장을 꺼내는 사람이 많다. 올 연말까지 계약하는 전용 85㎡ 이하나 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입주 후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집값이 오르면 분양받은 아파트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 혜택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된 상품성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주된 요인이다. 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테라스 등 특화된 평면 등으로 품질을 높이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당초 3.3㎡당 평균 4000만원까지 검토되다 3.3㎡당 200만원가량 낮춰 최종 결정됐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도 이유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 인근에서 17년 만에 지난달 말 분양된 포스코건설의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1~2순위에서 평균 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포스코건설 김준수 마케팅상무는 “주변의 낡은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대기 수요가 많이 쌓여 있었다”며 “청약자들이 대부분 직접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이어서 계약률도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청약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연말에도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달 전국적으로 1만9000여 가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분양물량(9000여 가구)의 2배 정도다.

 활기가 돌고 있는 분양시장은 8·28대책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며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기존 주택시장에 원군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을 끌고 가는 두 바퀴 중 하나인 분양시장의 속도가 빨라지면 다른 바퀴인 기존 주택시장도 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내년 이후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고 기존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분양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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